눈이 오고 있어서 정원을 찍었습니다.

 

 

요즘 사진은 거의 인스타에 올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neissylee/

Posted by Neissy
제목이 약간 독특하죠. 피아노와 영춘권이라니, 피아노를 영춘권으로 칠 수 있단 말인가? 음, 그럴 수 있다면 전 랑랑과도 겨뤄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랑랑과 겨룰 수 있는 건 그냥 물리적 강함뿐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야기는, 피아노와 영춘권 간의 그 뜻밖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아내님은 피아노를 칩니다. 프로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꽤 괜찮은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아내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당연히 각기 피아노와 영춘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게 신기하게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기본 자세에서, 머리가 허공에 매달린 것처럼 편안하게 세워요. 등을 펴고요. 어깨를 낮추죠. 힘을 빼지만, 그게 흐물텅한 상태는 아니에요. 영춘권에서 아주 당연한 건데, 피아노도 그렇다더군요.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힘 안 쓰고 효율적으로 몸을 쓰려면 피아노도 그래야겠죠. 물론 무술과 음악이니 서로 세부적인 테크닉으로 들어가면 완전 다르지만, 몸을 쓴다는 견지에서 기본은 정말 완전 똑같습니다. 놀라울 정도로요.

그래서 이런 대화도 가능하죠.

(피아노를 칠 때 팔에 힘을 빼고 손끝에만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Neissy: 근데 그거, 힘이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치는 순간에만 텐션 있고 친 직후에는 바로 싹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피아노는 잘 모르지만, 그래야 할 거 같은데.
아내님: 아, 그거 맞아!
Neissy: (중략) ..하지만 초짜들은 힘을 빼라고 말해도, 뭐가 힘이 빠진 상태인지조차 모르지.
아내님: 맞아, 내가 가르치는 애들한테 힘 빼라고 처음부터 말해도.. (후략)
Neissy: (중략) 그게 되려면 팔힘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쳐야 하는 건데.
아내님: (끄덕끄덕)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한 명은 영춘권 이야기를 하고 한 명은 피아노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 통한다는 겁니다. (...) 그래서 서로 재미있어해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이죠!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늘 즐거운 법인데, 아내님과 (이런 영역에서까지) 말이 잘 통해서 참 즐겁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동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osted by Neissy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번에 잘되는 일은 당연히 없지만, 전혀 되지 않던 것이 조금씩 되는 기미를 보이고 약간이나마 가능하게 되는 게 참으로 즐겁습니다. 조급한 마음만 먹지 않으면 언제 어느 때든 재미있는 게 영춘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텝업이 가능해졌지만 사정상 현재의 단계에서 다듬고 있습니다. 다듬는 것도 스텝업이긴 하니, 어쨌든 급하진 않아요. 해야 할 것은 언제나 많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배운 걸 더 잘하게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언제나 즐겁죠. '완성'할 날은 오지 않을 테지만, 그렇기에 더더욱이요.

같은 동작을 해도 사제와 할 때, 동기와 할 때, 사형과 할 때, 사부님과 할 때가 다 달라서.. 그게 묘미입니다. RPG 게임 하는 듯한 맛도 있죠. 내 스킬이 슬라임한테는 통하지만, 드래곤한테는 아직 안 통한다! 뭐 그런 거랄까요. 아무튼 많이 연습해야 늡니다. 연습해야죠.

늘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굳어진 몸으로는 뭘 할 수가 없죠. 일단 반응을 못 하고, 잘 막지도 못하고, 잘 때리지도 못합니다. 힘의 흐름이 단절돼서 몸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하게 된달까.. 그래서 저도 힘을 많이 빼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런저런 것들이 있습니다만, 당장은 손 끝의 힘을 더 빼는 걸 신경 쓰고 있습니다. 물론 힘을 꽉 주고 경직되고 그런 단계야 예저녁에 지났지만, 미세하게 (라는 것은 제 수준에서의 미세하게입니다. 레벨이 더 올라가면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겠죠) 손끝에 힘이 남아 있어서, 치사오나 공방시 거기에 무게가 실려버립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중심이 좀 뜬다는 뜻이고, 또 그게 무슨 뜻이냐면 얻어맞기 좋은 상태가 된다는 것이지요. 얼쑤.

힘을 쓰는 일을 하는 탓도 있지 싶습니다. 아무래도 꽤나 무거운 걸 들고 나르고 들어 올리고 쌓는 등의 일을 하려니 손에 힘을 안 줄 수가 없습니다. 몇 년 했으니 이젠 익숙해졌는데도, 그럼에도 가끔 아침에 손마디가 쑤시는 날이 있곤 할 정도니까요. 악력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니, 영춘권하면서 손에 힘을 뺀다고 해도 좀 덜 빠지기가 쉬운 느낌이죠. 그래도, 뭐가 문제인지 알고 그걸 고치려고 연습하는 중이니, 언젠가는 잘 빠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계속 빠지고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을 쓰는 감각 자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는데, (사실 이런 건 별생각 없다가 사제들하고 치사오 하면 크게 느낍니다. 아 나도 예전엔 저랬었지 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게 기대됩니다. 계속 노력해야죠.
Posted by Neissy


새 카메라 가방을 구입했습니다. 로우프로 프로택틱 BP 450 AW II (신상입니다). 전에 쓰던 숄더백인 프로 메신저 160 AW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차에서 내리다가 커버가 열려서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가방의 커버를 빨리 열고 닫는 모드로 사용하고 있었던 탓이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장비 수납 안정성을 우선하는 벨크로 모드를 항시 사용하기는 또 불편해서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고, 요즘 카메라 장비가 제법 늘어나서 숄더백으로는 아무래도 좀 무거워진지라.. 이참에 백팩을 구입하기로 했지요.

 

사실 제가 쓰는 게 올림푸스인 이상, 이 450은 상당히 (=좀 지나치게) 넉넉한 사이즈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사진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분명 장비가 늘어날 터라, 그냥 큰 사이즈를 샀습니다. 크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그리 커 보이지 않는 사이즈입니다. 제가 체격이 약간 있는 편이라 더 그렇습니다. 카메라와 렌즈 두 개, 플래시를 넣었는데 1/4 정도 채워진 느낌입니다. 앞으로 장비가 늘어나도 설마 이 가방을 다 채워넣고 다니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가방 넉넉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프로택틱 BP 450 AW II를 산 이유는 바로 이 옆면이 열리는 사이드 억세스 커버.. 잠깐 시험해봤는데 숄더백보다도 오히려 빠르게 카메라를 꺼낼 수 있더군요.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하면 꼭 로우프로에는 그런 가방이 있습니다. 심지어 크게 비싸지도 않고요. 이번엔 로우프로 말고 다른 가방을 사볼까 했는데도 결국 로우프로를 사게 된 이유입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로우프로 가방만 세 개가 됐네요. (다른 하나는 포맷 140입니다. 가볍게 다니기엔 제격이죠) 뭐, 계속 로우프로로 달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좋은 가방이 생겨서 기분 좋은 밤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