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기분은 한 마디로 우랴싸랴리아싸! (일단) 끝났다 젠장! ..이라는 기분이랄까요!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점점 스스로도 긴박감이 더해져서 내가 글을 쓰는 건지 글이 나를 쓰는 건지 모르게 될 지경. 하루 평균 커피 네 잔과 박카스 서너 병의 힘을 빌려가며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게 되어가는 환경 속에서 아무튼 죽자고 써댔습니다. 사실 진짜 하이퀄리티를 위해서는 좀 더 공을 들이고 세심하고 고민해야겠습니다만 담당자씨 말하길 "어차피 또 고쳐야 할 테니까 좀 적당히 쓰라고" 하시는 바람에 "그렇다면 어차피 또 수정하게 한다는 말이렷다. 너무 공을 들이지는 않아도 좋겠지" 라는 마음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상대적으로) 적당히 갈겼습니다요. 괜찮아요! 어차피 또 고치게 할 게 틀림없으니까!

플롯을 더 단단하게 하겠다면서 추가분량을 원고지 200장 정도를 써낸 것까지는 좋았는데 쓰다가 '아무래도 이 쪽이 더 재미있겠어' 싶어서 후반 전개 변경. 변경하는 게 그냥 분량이 늘어나기만 하는 거면 좋겠는데 이를테면 공략 루트가 달라지는 꼴이라 예전에 썼던 분량을 (피눈물을 흘리며) 삭제. 그래서 어제 아침 시점에서 전체 분량 원고지 707장이었는데 (그보다 좀 더 전에는 720장이었지만) 어제 종일 쓰고 나자 나온 분량은 699장. 이봐 줄었잖아. 하지만 오늘 또 이래저래 쓰고 볶고 원고지 10장 분량 정도를 여기저기에 추가하고 내용 수정도 (적당히) 하고 그래서 다시 원고지 709.4장이 되었습니다! 완벽하냐고 묻는다면 완벽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또 고치게 될 거니까 상관없어요! 그래서 담당자한테 일단 메일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난 이제 밀린 책을 읽을 겁니다! 아무도 날 막을 순 없어요! Don't Stop Me Now! 나는 하늘로 뛰어드는 유성! 중력의 법칙을 거부하는 호랑이! 고다이버 여사! 나는야 미스터 패러나이트! (아주 날아간다)

..여하간 뭐 이렇습니다. 다시 되돌아와서 수정작업 또 들어가기 전까진 밀린 책 읽고 못 본 영화 좀 보고 해야겠어요. 오늘 나는 무적입니다 무적.
Posted by Neissy
원고지 30장. (A4면 약 네 장)

오랜만에 키보드로 오토바이를 타 봤다.

내일도 30장, 모레도 30장, 글피도 30장만 쓰면 에피 1은 다 쓸 수 있겠지.

여하간 죽자고 써 보자.
Posted by Neissy
 평상시라면 별로 안 무서울 게 몸이 허하면 오싹하기 쉬운지라,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공포물에 약해지기 마련이다. 워낙 평상시에도 공포물을 안 보긴 하지만 요즘 몸이 그리 좋다고는 말하기 힘든 상태라 안 보고 지냈는데, 체내 무비 시스템이 작용한 결과 싫어도 초강력체감을 할 수 밖에 없는 공포영화 두 편을 보고 말았다. 보통 하는 말로 말하자면, 오늘 악몽 두 편 꿨다 -_-; 금일개봉 동시상영작. 오감으로 느껴보세요 다.

그 첫번째. 좀비 만연.

해변을 지나치는 열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폭발이 있었다. 인간들의 파편이 사방에 흩어지고 꽤나 리얼하게 조각조각났다. 여기까지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고 꿈이었는데, 웬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인간들이 좀비로 변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해변이라는 말을 했는데, 바다로 도망쳐 들어가려 했는데 이놈의 좀비들이 칼루이스가 부럽지 않게 뛰어댕기는데다 심지어 바다에서도 물 위를 달린다. 야 이 자식들아 이건 반칙이잖아. 꿈속이라 이론이 모호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왠지 모를 불합리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사실 JKD로 상대하고 싶었지만 꿈속에서는 오히려 실제보다 경 (勁)이 말도 안 되게 약해져서 이건 뭐 이걸 가지고 싸울 방도가 없다. 실제라면 한 대 쳐서 나올 위력이 꿈 속에서는 다섯 대 쳐야 나온다. 도장 제대로 못 나가서 점점 스스로의 실력을 불신하게 된 걸 반영한 듯하다. 여하간 꿈속에서도 나는 'ㅆㅂ 도장 좀 가야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꿈속에서조차 좀비라는 소재를 수련 부족의 깨우침을 주는 대상으로 만드는 내가 새삼 무서워진다. 여하간 좀비에게 붙들린 일은 없었고, 여하간 적당히 신나게 도망다니다가 꿈이 깼다.

그리고 두번째. 개미떼 습격.

교실이었다. 아마 무대는 고등학교였을 거다. 중학교였다면 남녀공학이었겠지만 고등학교라서 남학교다. 내 학창시절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지만 솔직히 이건 좀 슬프다. 왜 내 꿈엔 히로인 하나 없나효. 여하간 개미떼다. 인간이건 음식이건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개미떼들이 도처에 깔렸고 그래서 인간들도 상당히 먹혀 버린 시점에서부터 꿈이 시작되었다. 개미떼라기보다 메뚜기떼 같지만 여하간 개미였다.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상 위에 올라가 있으면 괜찮았다. 칠판에 양배추가 걸려 있었는데 목숨 걸고 그걸 건져와 뜯어먹으며 연명하곤 했다. (꿈속에서는 굉장히 박력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글로 옮겨 보려니 뭐랄까 굉장히 구슬픈 상황이다) 중간중간 무슨 우정도 있고 희생도 있고 그랬던 거 같은데, 여하간 이런 저런 거 다 제끼고 후반부로 가자 개미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드디어 "선생님 오신다"가 발동되었다. 이 선생님 오신다는 고등학교 때까지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던 것으로,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이 한 마디면 조용해지는 절대언령이다. 그런 이유로 이 "선생님 오신다"로 이 꿈에 엔딩이 다가왔음이 예고된 것이다. (...) 그래서 엔딩이 무엇이었냐 하면, 개미떼에 먹혀서 학생 수가 심각하게 줄었기 때문에 임시 휴교를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휴교였기 때문에 다들 기뻐하며 집에 갔다. (뭐냐 이 전개는) 그래서 해피엔딩. 잘됐어 잘됐어.

근데 이거 일단은 공포풍 악몽 맞지? (...)
Posted by Neissy
Sogno
안드레아 보첼리 (Andrea Bocelli) 노래/유니버설(Universal)

최근 이오공감에 Paul Potts라는 사람의 유투브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에서 확인하시면 되겠는데, 온갖 역경이 있었던 어떤 사람의, 영국의 스타만들기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한 동영상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청년, 그것도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노래를 일단 시작하자 이게 무지하게 멋진 오페라 테너. 처음엔 시큰둥했던 심사위원들도 그다지 관심 없었던 관객들도 다 함께 감동의 도가니. 저도 듣는 중에 소름이 돋았지요. ..라는 건 지금 감상을 간단하게 하려는 이 앨범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만, 여하간 저 노래를 듣고 나니 이 앨범이 땡기더군요. 그래서 요즘 또 꺼내 듣고 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을 사게 된 계기는 어느 TV 프로그램에 삽입된 곡이었는데, 일종의 공개 소개팅 같은 거였고 남자가 고백했을 때 그 여자가 받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그 여자가 받아들여 모습을 드러낼 것이냐 말 것이냐의 순간에서 이 앨범 삽입곡인 Mai Piu' Cosi' Lontano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라는 노래를 쓰더군요. TV 프로그램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거 노래가 멋져요, 잔잔하고 애수어린 톤과 더불어 아름다운 테너음, 그리고 감정이 잘 전달되어 오는 비브라토. 아 이건 멋지다 싶어서 찾아본 후 냅다 앨범을 구입했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사실 유명하다면 꽤 유명한 사람이라 딱히 새삼 소개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아시는 분들은 저보다 훨씬 잘 아실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도 있을 테니 약간 설명만 해 두겠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때부터 음악을 접하며 자라났으나 12살 때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뇌를 다치고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후 피사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고 법정 선임 변호사로까지 활약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전설적인 테너 프랑코 고렐리 (Franco Gorelli)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었습니다. 그의 도약 발판이 된 이는 주케로와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barotti)인데, 주케로는 Miserere라는 곡의 데모테입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고 그 때 선택된 이가 안드레아 보첼리였습니다. 노래 자체는 주케로와 부를 사람으로 이미 파바로티가 내정되어 있었으므로 단지 데모테입에 필요한 가수였을 뿐이었지만, 이 데모테입을 들은 파바로티는 자기가 아니라 보첼리가 부른다 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물론 이 노래의 녹음은 당연히 파바로티와 되었지만, 이 곡이 히트가 된 후 라이브 공연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파바로티는 스케줄이 맞지 않았으므로) 나오게 된 대타가 바로 안드레아 보첼리였던 것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안드레아 보첼리의 이름은 알려지게 되었고, 알려지고 알려진 끝에 한국에 있는 저까지 그의 앨범을 사서 듣게 되었다 이런 말이 되겠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에는 영혼을 공명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가 맹인이라는 점이 그가 목소리에 영혼을 담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의 찌꺼기가 씻겨 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맑고 깨끗하며 울림이 있어요. 들어 보시지 않으신 분은 꼭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