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배가 고파서 밥도둑 오징어젓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습니다만, 아무래도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싶더군요. 말하자면 제 머릿속에서



..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말이죠




그래서 뭔가 2% 부족하다! 그리고 이럴 때 나의 이 목마름을 채워줄 물건은 카레밖에 없다! 라는 심정으로 마트에 갔습니다. 마트에 가서 카레를 집어들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에는 양파밖에 없습니다. 뭐 양파 카레도 나쁜 건 아니지만,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밥솥에 밥도 조금 전에 오징어젓하고 다 먹어치워 버렸는데. 카레만 홀짝거리긴 좀 그렇잖습니까? 안 될 건 없지만. 그러나 문득 근래에 인터넷 서핑하다 본 게 생각난 겁니다. 이름하여: 카레 크림 수프.

만들기 심히 간단한 물건이죠. 시판 크림 수프에 카레만 좀 넣어 주면 되니까. 이거다! 라는 심정으로, 냅다 사왔습니다.



하지만 이 조합, 괜찮을까? 라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좌우간 카레는 강하니까요. 물론 크림 수프에 후추 살짝 타는 기분으로 카레를 가미해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괜찮을 성 싶더군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수프를 워낙 농염하게← 만들어 먹는지라 중간에 카레 한 스푼 추가했을 때 이 놈이 어지간히 안 녹았다는 고생담은 제쳐두고.. 해서 결과물이 이렇습니다.



크림수프치고는 색이 진합니다. 카레님의 힘이죠. 이것이 바로 카레 크림 수프!




사실 카레를 매운맛을 넣었는데, 매운맛을 할 거면 좀 덜 넣었어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여하간 크림 수프에 카레 풍미가 더해져서, 이건 크림 수프가 좀 .. 그렇군요, 얼큰합니다. 크림 수프의 담백하고 우아한 맛에 카레님의 자기주장 강한 스파이스가 더해져서, 말 그대로 스파이시 수프. 아, 이거 강하잖아..



할아버지 카레는 무적이야




꽤 먹을 만한 물건이긴 했는데, 위에서 써 놨듯이 애초에 오징어젓과 함께 밥그릇 만삭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난 뒤라 생각해보니 배가 불러 있는 상태였어요. ..뭐 그래도 다 먹어치웠습니다만. (우쭐우쭐) 혹시 이걸 만들어 보시고 싶으신 분은, 카레는 살짝 양념으로만 넣는다는 생각으로 넣어 보시면 괜찮을 겁니다.
Posted by Neissy
라열 35번. 중앙에서 약간 앞좌석쯤 되었습니다


수원 레이디스 오케스트라는 말 그대로 여성분들만 있는 오케스트라로, 주부분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가며 연습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입니다. 여기에 제가 아는 분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정기연주회를 위해 1년 전부터 연습해 왔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리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하간 좋더군요. 여러 사람과 여러 악기가 하나로 합해서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는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기타, 콘트라베이스, 만돌린, 플루트, 클라리넷이 있었고, 피아노에 정주현씨와 지휘에는 주용수씨였습니다. 중간에 특별출연으로 테너 양원섭씨도 있었지요. (피아노의 전주현씨는 중앙대 피아노과 졸업, 지휘자인 주용수씨는 연세대 음대 작곡과 졸업에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 작곡과 졸업, 그리고 양원섭씨는 한양대 음대 졸업.. 이라고 팜플렛에 적혀 있었습니다. 저야 잘 모르죠. 으하하)


공연이 있었던 경기도 문화의 전당입니다


프로그램은 3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랬습니다.

제 1부
El Bimbo - C.Morgan
Love Story - F. Lai
Minuetto - P. Mauriat
Nocturne - P. Mauriat
Petite melodie - P. Mauriat
Mother of Mine - B. Parkinson

제 2부
내맘의 강물 - 이수인
Ideale - F. P. Tosti

제 3부
Yesterday Once More - R. Carpeter & J. Bettis
Concerto pour la fin D'm Amour - F. Lai
Till - C. Danbers & Sigman
Wonderful World - G. D. Weiss & G. Douglas
Endless Love - L. Richie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R. Loveland
Entertainer - S. Joplin

(그리고 앙코르곡)
대부
별밤의 피아니스트




앙코르곡이야 팜플렛에 안 적혀 있으니 넘어가고, 팜플렛을 딱 보았을 때 제가 그나마 아는 곡은 딱 두 개였습니다. Love Story하고 Entertainer (...). 다른 곡도 이미 알고 있었던 곡이라면 더 즐기기 좋았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제부터 알아 가면 되는 것을. (왠지 작업 멘트 삘)

여하간 제 2부의 테너 양원섭씨가 부른 노래는 빼고 다른 곡들은 전부 지휘자인 주용수씨가 편곡했다고 쓰여 있더군요. 아마 이 수원 레이디스 오케스트라의 파트에 맞게 편곡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곡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연결되었는데, 공통점은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절로 치자면 봄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겨울에 가까운 초봄도 있었습니다만.

곡들 하나하나를 논하기에는 일단 제 능력이 부족해서 안 되고, 일련의 곡 연주 흐름에 따른 느낌만 간단히 적어 둘까 합니다.

제 1부의 곡들은 일단 시작할 때는 겨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겨울이라고 해도 한파가 밀어닥치는 겨울은 아니고 이제 슬슬 봄이 올 것 같은 겨울이었지요. 전개되면서 햇빛 좋은 봄날 풀밭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간간히 여우비도 내리고 그저 온화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촉촉한 음의 파도가 계속해서 가슴에 와 닿았고, 음에 윤기 있는 따스함이 있어서 기분 좋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 2부랄까, 쉬어가는 막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테너 양원섭씨가 두 곡을 불렀는데, 몸 전체를 공명시켜서 내는 듣기 좋은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면 저렇게 부를 수 있을까효 ← ..아무튼, 사람 목소리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슴다.

제 3부에서는 곡들이 좀 더 봄날같아져서, 간간이 찾아 오던 꽃샘추위 (?)도 거의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감싸이는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Wonderful World가 연주되면서는 문이 열리자 눈앞에 햇살이 가득하고 화원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에, Endless Love에서는 봄날에 강으로 배를 띄워 나아가며 기분 좋게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에서는 부드럽게 날아올라 구름 위에 올라와 미끄러지고, Entertainer쯤에서는 이제 구름 위로 토끼며 곰이며 다람쥐가 퐁퐁 뛰어올라 손에 손잡고 빙글빙글 노니는 듯한 느낌?

요컨대 1부 - 3부로 이어지면서 곡이 점점 밝아지고 온도가 따스해지며 날아오르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웅장하다거나 흥겹다거나 하는 곡들은 없었지만 서정적이고 따스했으며, 이게 레이디스 오케스트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연습하고 이렇게 공연한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고요. 역시 음악이란 참 멋집니다. 이런저런 다른 공연들도 찾아가야겠어요. 돈이 좀 생기면 (...).


여담. 곡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는데, 한 번은 곡이 미처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박수를 쳐서 지휘자분이 왼손바닥을 뒤로 내밀어 '아직 안 끝났으니 박수 치지 말아 주세요' 라는 신호를 했습니다. 아, 이 성급한 청중들 어째요. (낄낄)
Posted by Neissy
1. 로고와 프로필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키보드인 체리사의 넌클릭 스위치 블랙 하우징 버전 G80-3484HKCUS입니다. 이전의 JKD식 로고도 개인적으로 꽤 좋아합니다만 이쪽이 '글쟁이 Neissy'의 블로그로는 더 어울릴 듯도 하고, 기분전환 삼아 이렇게 바꿔 보는 것도 괜찮지 싶었습니다. JKD의 또다른 버전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닌데 그건 아무래도 작업을 약간 해야 하니까 이미지만 살짝 따 쓰는 것만으로 처리가 끝나는 이런 로고로 때우는 게 편하겠다 싶더군요. 엄청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서는 꽤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이거? (히죽)


2. 실은 마비노기를 유료를 질렀더랬습니다만, 글쓴다고 바빠서 별로 플레이는 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누렙 천을 넘겨 놓고 나니 딱히 더 달성하고 싶은 것도 없고, 패치도 순 엄한 것만 하고 있어서 게임이 별로 재미있지 않더군요. 솔직히 GTA:SA 같은 걸 하는 쪽이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요. 여하간 온라인 게임은 마비노기를 끝으로 더 이상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원체 온라인 게임이란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시간'을 뺏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랄까요. 온라인 게임을 찾아가며 이것저것 하질 않다 보니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석궁은 들었지만) 전사외길 Chien. 또 플레이할 일이 생길런지 어떨런지



3. 온라인 게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 봅니다만, 실은 몇 달 전에 D&D Online도 오픈베타를 해봤습니다. 지인의 말로는 WOW와 흡사한 느낌이라 하덥니다만 저는 WOW를 하지 않았거니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군요. 그냥 DDO에 대해서만 말해 보자면, 나름 재미는 있긴 한데 너무 파티 플레이를 강조해서, 파티가 아니면 렙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더군요. (제가 클레릭으로 한 탓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물론 여러 사람이 즐긴다는 온라인의 성질을 살린 Role Playing Game이라는 셈이니 이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만, '게임은 생각날 때 가볍게 한 판' 한다는 제 이념에는 맞지 않더군요. 그 점에 있어서는 확실히 마비노기라는 게임이 저에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라지만 마비노기도 이미 컨텐트를 소모할 만큼 소모해서 이제 별 매력이 없다는 게 문제. 제네레이션이나 패치할 것이지)


4. 책은 산 것도 있고 빌린 것도 있어서 대충 열 권 정도는 읽을 게 있는데, '글써야지, 그렇게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잖아'라는 마음의 목소리 때문에 왠지 잘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을 안 읽고 있는다고 딱히 글에만 전념하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죠. 여하간 틈틈이 읽는 중입니다. 요새 죽어라 하드보일드 노선을 달리고 있는 중이지만 다른 장르도 읽긴 읽어요. 조만간 또 뭐 하나 감상 올리겠습니다.


5. 영화 감상- 쪽에 대해서는, 아직 안 본 건 그렇다 치고 가지고 있는 DVD 중에서 이소룡 컬렉션을 쫘르륵 감상해 볼까 생각 중이지만 뭔가 각 잡고 제대로 써야 할 것 같아서 보류하고 있습니다. 여하간 맹룡과강이 제일 좋아요.


6. 애니메이션은 딱히 보는 게 없었습니다만 노다메 칸타빌레만큼은 챙겨 보고 있습니다. 역시 음악이 같이 흘러 나오니 맛깔스럽달까요. CG의 카툰 렌더링을 사용해서 악기 연주 부분도 제대로 보여 줘서 즐겁지요. 다만 최근의 19화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도입부를 잘라먹고 시작해서 실로 안타까웠습니다. 18화 끝날 때 브람스 교향곡이 막 시작하려고 각 잡는 부분에서 끝났기 때문에 '오옷 이렇다면 19화는 브람스 1번으로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두근두근대며 기다렸는데 막상 19화의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소나기 퍼붓는 도입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뛰어넘고 대뜸 4악장 최후반부터 시작해서 그대로 끝까지. 2, 3악장은 그렇다 치고 (...) 내가 좋아하는 1악장 어디 갔어.. 그야 20분짜리 애니에서 심포니 전부를 틀어줄 순 없겠지만 님들아 이러심 골룸 (크흑).


7. 기프트는 열심히 보강하고 있습니다. 쓰고 있지만 <기프트>라는 이 글이 원체 (제 기준에선) 세심한 묘사를 요하고 비딱한 유머와 현장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다지 속도가 있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쓰는 맛은 확실히 있는 글이라 즐겁죠. 어려운 만큼 재미있달까요. 블로그 돌아다니다가 어디서 읽은 글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거,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겠죠. 하지만 어쨌든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즐기는 글이 아니면 독자를 즐겁게 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살아 있는 글이 나오는 법이죠.
Posted by Neissy
간만에 그리고 싶어져서 그렸습니다. 물론 사용 도구는 오로지 마우스 (...). 근성만 있다면 마우스로도 그림은 그릴 수 있습니다! (랄까 누구 안쓰시는 타블렛 같은 거 있으면 버리시기 전에 제게 좀.. / 찌질찌질)

여하간 스케치에 세 시간, 컬러링에 한 시간 걸렸슴다. 여전히, 칠을 하고 나면 뭔가 밑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그 삘이 안 와서 슬픕니다. (역시 실력 문제겠습니다만) 여하간, 그렸으니 공개합니다.


이게 스케치 버전



이건 컬러링 버전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