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뭔가 요리 (..라기엔 급이 낮지만) 라는 걸 해보고 싶어져서요.

아까 마트에 갔을 때 소세지는 사왔었지만 케찹이 집에 없어서 나가서 다시 사왔습니다. 양파도 찾아냈고, 준비 완료.

우선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칼집 낸 소세지를 볶아두고, 양파를 잘게 잘라서 약한불에 양파가 갈색으로 될 때까지 볶아주고, 그 양파에 케찹을 적당히 뿌리고 중간불에서 졸여 주면 소스 완성, 이 소스에다 아까 볶았던 소세지를 넣어서 잘 버무려 주면, 완성입니다.

이제 불 끄고 후라이팬에서 접시로 옮겨 주면 만사 오케이.


짠짜잔, 등장!


만들기도 쉽고 맛도 좋은 (=대체적으로 누가 만들어도 대실패만 안 하는 한 맛이 보장되는) 케찹 소스 비엔나 소시지인 것입니다. 오늘은 저도 이것으로 저녁을 해결.


다음번엔 스파게티나 만들어볼까 합니다. 스파게티도 별로 어렵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Posted by Neissy
백신 중 세계 최강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카스퍼스키 안티 바이러스. 결국 샀습니다.


활성화 키만 살 수도 있지만, 패키지판을 샀습니다.
뭔가 이쪽이 '정품'을 쓴다는 기분이 강해서요.



설명서와 CD가 들어 있습니다.




카스퍼스키는 5에서는 꽤 무거웠습니다만 6에서는 많이 가벼워져서, V3와 비교해도 오히려 쾌적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나 검출능력도 확실히 이쪽이 뛰어나고요. (V3를 평가절하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던데, V3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V3에 비해 카스퍼스키 같은 세계적인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정보수집력이나 개발력에서 워낙 뛰어난 거죠. 뭐 그렇다곤 해도 결국 V3가 그렇게 믿음직하지만은 못하니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을 한 번 사면 등록 번호 넣고 평생 쓰는 게 아니라 등록 번호에 기한이 있어서 일정 기한이 지나면 사용권이 소실됩니다.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한 달 결제를 한다거나 하는 거랑 비슷해요. 다만 이 경우는 그 기한 단위가 연 단위로 들어가게 되죠. 덧붙여 제가 산 패키지판은 1년 기한의 활성화 코드가 두 개 들어 있습니다. 1년 쓰고 다시 또 코드를 넣어 1년 더 쓸 수도 있고, 아니면 두 명이서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눠 쓸 수도 있죠. (물론 제가 다른 사람에게 활성화 코드를 줄 리야 없겠습니다만)

사실 이 정품을 사기 전까지 한 두어 달, 저는 불법 라이센스 키 (라이센스 키는 활성화 코드와는 조금 다릅니다. 라이센스 키는 활성화 코드를 *.key 파일로 만들어서 좀 더 사용에 편하도록 만든 거랄까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를 건 없고, 결국 활성화 코드가 라이센스 키가 되는, 말하자면 라이센스 키는 활성화 코드의 정보를 갖고 있는 등록 키가 되겠습니다) ..괄호가 무지 길어졌습니다만 여하간 불법 라이센스 키를 쓰고 있었습니다. 카스퍼스키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 써볼까 하긴 한 거였는데, 그게 또 평가판은 별로 쓰고 싶지 않더라고요. 물론 범죄입니다만, 여하간 어찌어찌 해서 뒷구멍으로 라이센스 키를 구해서 썼는데, 이 백신 프로그램이 꽤나 성능이 좋더군요. 해서 결정했죠. '음, 이건 정품 사서 써야겠다'고.

그러다가 보름 전엔가, 쓰고 있던 라이센스 키가 블랙 리스트에 등록되어서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가 막혔더군요. 겸사겸사, 어떤 의미에서는 '잘 됐다' 싶어서 이번에 지른 겁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올바른 길을 가야지요. 정당한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음음.

사실 이벤트 기간이라 패키지판이 싸기도 했어요. 원래 패키지판이 66,000원인데 이벤트라 25,400원. 이 이벤트는 아마 그쪽 패키지 재고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하는 모양이더군요. 아직 여분이 좀 남아 있는 것 같으니 구입하시려면 지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활성화 코드만 구입하는 쪽도, 정가 49,500원인 걸 27,500원에 팔고 있으니 부담이 적고요. 활성화 코드를 언제까지 그 가격에 해주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별로 알아보려고도 안했고) -뭐, 이벤트를 안 해서 정가 그대로라고 해도, 이 프로그램에 충분히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을 뽀루꾸로 구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프로그램 같은 걸 돈 주고 사는 걸 아까워하는 의식이 있죠. 하지만 원래 이런 것도 다 사는 게 맞는 겁니다)

※참고사항: 패키지판과 그냥 활성화 코드만 구입하는 것과의 차이점은 단순히, 패키지판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패키지가 있다는 것뿐입니다.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활성화 코드만 구입해도 전혀 차이가 없죠. ..라고는 해도 역시 눈에 보이는 '패키지'라는 게 뿌듯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만.


카스퍼스키를 구입하시려면 카스퍼스키 랩으로 가보세요. 홈페이지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실 분을 위해 이쪽도 링크시켜둡니다. 누르면 바로 활성화 코드 구입 창이 나옵니다. 덧붙여 패키지판은 여기에서 살 수 있습니다. (카스퍼스키 랩에서도 패키지 판매는 이쪽으로 링크시켰더군요)


어째 광고글같이 되어버렸습니다만, 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쨌든 저는 정품을 샀습니다. 후후후후후후.
Posted by Neissy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이종호 외 9인 지음/황금가지

 아시는 분은 아실 '그' 책입니다. 10명의 작가들이 써낸 10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나름대로 이 쪽 영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써냈기에 퀄리티는 괜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존재의의는, 그간 '이야깃거리'로만 치부되었던 공포라는 분야를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고들 하더군요. 뭐 저야 공포에 그리 관심있질 않으니)

 위에도 써놨습니다만 단편들의 질은 괜찮은 편입니다. 당장 제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서 김민영도 있더군요. (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을 쓴 그 사람입니다) 전부터 통신상으로 유명했던 박동식의 단편 '모텔 탈출기'도 있고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의 존재의의는 '한국 공포문학'의 효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헌데 그렇다는 건, 역으로 말하면 이 책에는 문학으로서는 약간 부족한 면도 있다는 거죠. 내용 자체만으로도 훌륭한데 공포 이야기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첫 단계니 뭐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공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말초적인 공포고, 하나는 심리적인 공포입니다. 영화 같은 걸 봐도,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를 직접 보여주고 사람의 몸이 잘려나가고 하는 게 있고 살인자나 시체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해 오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서구 공포 영화 중에서 '블레어 윗치'를 높게 평가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 영화는 끝까지 '적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동양적이랄까요) 그리고 공포 이야기가 문학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말초적인 공포보다는 심리적인 공포가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많은 부분이 말초적인 공포 -말하자면 시체 분해라거나 하는 것-를 사용함으로써 호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부분이 사실 아쉬웠습니다.

 문제는 그겁니다. 이게 청소년 유해 도서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분개하는 포스트가 여럿 있었는데, 솔직히 저더러 말하라면 이 책, 청소년 유해 도서로 선정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시체를 토막내는 과정이 세세하거든요. 이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불필요하게 잔인하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잔인성이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죠. 비록 그것이 오로지 피를 위한 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고는 해도. (이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은 수록작 중 '들개'에서였습니다. 인간 살해의 묘사 집중에 비해 왜 '살인자'가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가 약하게 서술되었고, 결과적으로 적어도 그 단편에 있어서는 '이건 문학이라기보다는 이야기다'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뭐, 문학과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다르냐 라는 생각도 있긴 했습니다만 여하간 왜, '문학'이라고 이름 붙이면 좀 구성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이니까요)

 물론 이 장르는 호러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토막살인이나 시체 유기 같은 소재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게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정서적으로 좋을 리가 없거든요.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다른 어떤 매체에서건.. 게임이라든지, 영화라든지에서, 과도한 잔인성이 있을 때, 그게 사람에게 뭐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느냐,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거 보고 따라하지는 않는다- 그런 주장이 있는데, 물론 그 주장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저만 해도 이런 책 읽었다고 어디 가서 사람 죽이고 다닐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읽고 난 후의 정서가 그리 편안하다고는 분명 말하기 힘듭니다. 잠재 의식 속에 남아 있을 테고,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제 사고와 정서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물론 공포 문학만 읽는 것도 아니고 다른 문학도 읽기 때문에 단순히 이것만이 정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만.

 여하간 저는 성인이고 자아와 세계관이 꽤나 확립된 상태입니다만 청소년이나 그 이하는 그렇지 않겠죠. 영향을 좀 더 크게 받겠고, 따라서 그들의 정서에 '유해하다'는 판정을 '그렇지 않다'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이것'만'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하거든요.

 청소년 유해 도서 이야기를 조금만 더 곁들여 보면, 잔인한 것만이 문제가 되느냐, 장르와 전체 문맥을 보아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히 그 말은 맞는 말입니다만 그렇게 해서 본다고 해도 역시 청소년에게 정서적으로 안 좋습니다 이건. (...) 청소년 유해 도서란 게 별 거 있습니까, 정서적으로 안 좋으면 걸리는 거지. 이게 무슨 가이드북이라고는 청소년간행물윤리위원회도 생각하지 않을걸요. 예전의 배틀 로얄도 그래서 래핑 걸리고 딱지가 붙었던 거니까요. (솔직히 배틀로얄의 내용은 그저 말초적인 것만이 아니라 상당한 심도가 있는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저 역시 청소년에게 그리 추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심도 있게 파고들기보다 겉으로 드러난 이면밖에 보지 못하고 그 비인간성에 심취할 수도 있거든요. 기우라고 해도 말이죠)

 여담이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만, 결국 제 의견은 그런 겁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많은 부분이 아직 '문학'이라고 이름붙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단순한 말초적 공포를 넘어선, 사람들의 행동과 그 이유 또한 심리에 대한 보다 고차원적인 접근이 부족하다 이겁니다. 토막살인이니 하는 장치들, 모처럼 써먹었으면 '장치에 심취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줬으면 한다, 이겁니다. 비인간성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고 안 해요. 바로 어제 읽었던 '새의 노래'만 해도 성애 (性愛) 묘사는 야설급이었고, 인간의 팔다리가 날아가고 부서져 드러나는 신체 내부 묘사에 있어 이런 호러 소설 못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걸 말초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 것은, 그 성애 묘사나 전쟁의 잔인함, 비인간성이 그저 그 장치 자체에 심취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보고 그 극과 극을 통해 인간의 존엄에 대해 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오해가 있을 지 모르기에 덧붙이는데, 이 책이 그렇다고 해서 몹쓸 책이라거나 재미없다거나 쓸데없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공포 문학으로서 나름 재미있고, 읽어볼 만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돈 받고 팔리는 문화 상품으로서, 다른 서구의 많은 공포 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면 좀 더 고차원적인 공포를 보여 줬으면 한다 이겁니다. 많은 장르 문학에서 아쉬운 부분이 이런 것들입니다. 그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분명 잘 활용해서 장르 문학으로서 나쁘지 않지만, 정말 인간에게 와 닿을 수 있는 '문학'으로 일어서기에는 '장치에 심취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겁니다.

 물론 그게 어렵다는 건 압니다. 저도 판타지 소설, 말하자면 장르 문학을 쓰고 있는 인간으로서 그게 되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장르 문학이 그저 매니어의 지지를 받는 것만이 아니라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문학이 되기 위해서는요.

 이래저래 주절댔고, 곁길로 새기도 많이 샜는데, 여하간 결론은 이렇습니다.

 .. 공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꽤나 마음에 드실 만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런 쪽에 취향이 없으신 분들은 좀 고려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좀 많이 잔인하긴 하거든요. (내성이 되신 분이야 '이게 뭐가 잔인해?' 하시겠고 저도 뭐 딱히 이런 게 생소하진 않습니다만 여기 나온 장면을 객관적으로 상상해보면 아무에게나 보라고 권할 글은 못 된다 싶습니다. 저는 인간을 사랑해요) 여하간 저로서는 앞으로는 '심리 공포'가 좀 많아졌음 좋겠어요.
Posted by Neissy
새의 노래
시배스천 폭스 지음, 황보석 옮김/열린책들

밑의 포스트에서도 적었지만 저는 책을 다분히 충동적으로 삽니다. 이 '새의 노래'도 예외가 아닌데, 서점에 갔으니 뭔가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다 페이퍼백 중에서 건져낸 물건이었죠. 600페이지를 상회하는 주제에 보급판 시리즈라 7,800원밖에 안 하는 가격에 끌린 것도 사실입니다만, 이걸 사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이게 1차 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말하자면, 저는 전쟁 문학을 좋아합니다.

처음으로 접한 전쟁 문학은 안정효의 '하얀 전쟁'. (이건 나중에 두 편이 더 나와 삼부작이 되었습니다만 1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그런 류의 소설을 읽은 것이 처음이었기에 상당히 인상깊었지요. 그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건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뭐 아실 분은 다 아실, '개선문'의 그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를 좋아합니다만)

그렇게 많이 읽어본 게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쟁 문학에는 대체로 공통점이 있는데,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드는가'를 다룬다는 것이겠죠. 이 '새의 노래'에서는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인간 품위를 다룰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차 대전 전과, 1차 대전 중과, 1979년경의 '현대'입니다.

도입부인 1부- 1910년의 프랑스에서 주인공인 스티븐 레이스퍼드는 유부녀인 이사벨을 만나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결국 그 사랑에 실패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성애 (性愛)의 묘사는 상당히 세세하며, 육체가 어떤 식으로 성적인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가를 세심하게 표현합니다.

그러나 무대가 바뀌어, 1916년의 프랑스에서, 스티븐의 육체는 전혀 다른 상황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병사들의 육체는 총탄과 포탄으로 찢겨나가고 부서집니다. 너무도 많은 비인간적인 죽음을 보게 되고, 천천히 그는 '죽어갑니다'. 전쟁에 의해 완전히 피폐해져 버린 508페이지의 시점의 대화를 잠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담배 피우게······." 그 (그레이 대령을 말합니다. Neissy 주)가 말을 이었다. "그래, 요즘은 조그만 지도하고 목록들을 가지고 놀면서 즐기고 있나?"

스티븐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우리는······ 그저 생존할 뿐입니다."

"생존해? 이런 세상에. 그 말은 자네처럼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출을 요청하지 않았으니까요."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내가 보기에, 자네는 전투에 지쳐 있어. 내 말 잘 들어 둬,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아. 총알이 알아서 처리하거든."

"예. 저는 운이 좋았지요." 담배 연기가 폐로 들어가자 스티븐이 콜록거렸다.


전쟁을 겪으며 병사들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쇠약해집니다. 그들은 '후방'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전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끔찍하며, '후방'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새의 노래'에서 보이는 한 가지 특이점은 이 소설이 땅굴과 굴착 인부들을 상당히 크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메인 테마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땅굴을 파 들어가면서 적들의 소리에 집중하고, 언제 수백 수천 톤의 흙이 쏟아져내릴 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적들 또한 땅굴을 뚫고 그 땅굴로 폭약을 폭파시켜 이편의 땅굴을 부수고 인부들 (그리고 또는 병사들)을 매장시켜버리기도 합니다. 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지상 위에서의 전쟁만이 1차 대전의 전부가 아니었으며 이쪽 또한 1차 대전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얼마나 허무하게 죽어갔는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쟁 전과 전쟁 중이 아닌, 1979년경의 현대에서 1차 대전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1차 대전을 겪었던 이들은 거의 죽었거나 죽어가는 중입니다. 겪은 이들은 그들의 '체험'을 말하지 않으며 겪지 않은 이들은 그것을 '체험'으로 알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과거이고 지나간 일입니다. 와닿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에 스티븐의 외손녀 엘리자베스는 스티븐의 행적을 쫓습니다.

한국인인 저에게 있어 1차 대전은 별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의미에서건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저의 할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한국전쟁을 겪으신 분이고, 상이용사인 할아버지에게 한국전쟁은 '체험'이겠지요. 그분이 어떤 일을 겪었을지 저는 모릅니다. 아마도 물으려 하지 않을 테고, 할아버지도 굳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에서 수많은 남자들이 죽어갔습니다. 육체적으로 죽었거나 정신적으로 죽었고, 살았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을 만한 커다란 상처를 입었습니다. 비정상적인 세상과 정상적인 세상이 공존한 그 시대. 이 소설은 그 시대에 대한 기록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