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문답.  : TEAM에게서 받았습니다.


1. 글이란걸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인가요?
본격적으로는 고2때부터입니다. 중3때도 하나 쓴 건 있긴 합니다만.
고2 전까지는 만화가 메인이었거든요.


2. 주로 어떤 글을 많이 쓰시나요?
판타지 소설을 주로 씁니다. 보통 판타지 하면 생각하는 그 세계- 에서 약간씩
변형을 가하는데, 이 '약간의 변형'이란 게 보통 판타지 소설 읽는 사람에게는
꽤 매니악하게 느껴질 것 같군요. (...)


3. 3인칭을 주로 쓰세요, 아니면 1인칭을 자주 쓰세요?
3인칭을 주로 사용합니다. 1인칭을 사용할 때는 그 시점의 한계상 걸리는 부분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1인칭의 매력이고, 언젠가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은 역시 3인칭이 편합니다.


4. 글을 쓸때 생각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쓴다기보다는 설정할 때 생각을 많이 해 두는 편입니다. 물론 평상시에도 글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이런저런 걸 접하다가 '이건 써먹을만하다' 싶으면 바로바로 적어두고
적용하거나 챙겨두거나 합니다. 글을 쓸 때 자체는 꽤 빠르게 써 나가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요새는 사용 어휘에 있어서 약간 고심하는 경향도 있긴 합니다.


5. 수정을 할 때 나만의 노하우라면?
딱히 노하우라고 할 만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죽 읽어보고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나
문단 내에서의 밸런스에 맞게 문장이나 단어를 수정하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노트에
썼다가 컴으로 옮기기 때문에 그 때 1차 수정이 가해집니다.


6. 완결한 작품은 몇개나 되시나요? 없으시면 현재 쓰고 있는게 몇화까지 갔는지라도...
장편으로, 완결한 건 전부 세 편입니다. 중학교 때 쓴 <환상전기>와 고등학교 때 시작해
대학교에서 끝난 <데스트로이아>, 그리고 대학교에서 쓴 <붉은 영혼>. 이후 끄적인 몇
개의 글들은 완결을 내지 못했고, 지금 쓰고 있는 <영혼의 시>는 완결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7. 진정 글쟁이가 기쁠때는 언제라고 생각하세요!?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영향을 미칠 때겠지요.


8. 글을 쓰실때는 워드를 많이 쓰세요? 아니면, 옛날처럼 원고지에 펜?
원고지에 펜이라기보다 대학노트에 펜입니다만. 워드에 쓰는 것이건 노트에 쓰는 것이건
어느 쪽이든 쓸 수는 있습니다만 역시 노트에 한 번 썼다가 워드에 옮길 때 좀 더 세심하게
퇴고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노트를 좋아합니다. 노트로 볼 때는 모니터로 볼 때보다
좀 더 넓게 글을 살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9.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를 많이 좋아하시는 편입니까?
횽이 다 애정이 있어서 괴롭히는 겁니다.


10. 환상문학(판타지)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편하다면 한없이 편하고 어렵다면 한없이 어려운 장르지요. 대충대충 써내고 '판타지니까~'
라는 말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만, 정말 '제대로' 써 내려면 꽤나 어렵다고
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판타지 소설은 '소설'이고, '소설'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들은
여기에서도 모두 표현해 낼 수 있겠죠. 결국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11. 개인적으로 이건 꼭 소설로 써보고싶다! 싶은 애니나 영화, 만화책은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품을 2차가공하는 건 전혀 작가혼이 불타오르지 않아요.



12. 위 질문에서 있다고 답하신 분. 쓰고 있다면 넘겨주시고, 안쓰시는 분들은 안쓰시는 이유를,
위에서 답한 바 그대로, 작가혼이 불타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 세계'를 펼쳐 보이기 위해 글을 쓰는 건데 뭐하러 남의 걸 차용합니까.


13. 남자 주인공은 이래야한다?
딱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없지만, 역시 줏대 없는 녀석은 싫더군요. 여자에게건
남자에게건 자기 중심 없이 이용만 당하는 녀석도 싫고.


14. 여자 주인공은 이래야한다?
딱히 이래야 한다기보다, 이기적이어서 자기만 알고 자기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야
만족하는 여주인공만 아니라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스즈미야
하루히는 영 좋아할 수 없더군요.


15. 서양쪽 세계관을 주로 사용하세요? 아니면 동양쪽?
서양 쪽을 주로 사용합니다. 사실, 대충 만들어도 통하거든요. (...)


16. 이름 지으실때 주로 어떻게 지으시나요?
DVD 뒷면에 있는 영화 스탭의 이름이나 CD 앨범에 적힌 멤버 이름, 유럽 여행 가이드북에
적힌 여러 지명 중에서 쓸만하다 싶은 걸 꺼내와 조합해 차용합니다.


17. 글이 잘 써지지 않을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바이올린을 켜거나 합니다. 아무튼 글이란 게 자기 안에 있는 걸 꺼내는 작업이니만큼,
잘 꺼내지지 않으면 억지로 꺼낼 게 아니라 다시 감성을 채워 넣어야죠.


18. 오랜만에 옛날 소설을 발견하면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옛날 소설- 이 무얼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책 자체로는 고전도 많이 읽는 편이고.
아니면 '제' 옛날 글? 이쪽은 영 잘 안 읽힙니다. '우와, 이런 낯간지러운 신을 보게'
싶기도 하고. 그래도 가끔 '아, 이건 괜찮았어' 싶은 부분도 있긴 합니다.


19. 팬은 많으신가요? (웃음-)
뭐 글 쓰는 걸 그만두고 싶지 않을 만큼은 있습니다.


20.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TEAM과 마찬가지로 출판하고 싶군요, 저도.


21. 바톤을 넘길 다음 주자는?
으음.. 넘길 만한 사람이 있을라나. 테브라도 해볼려?
Posted by Neissy
호로비츠를 위하여
권형진 감독, 신의재 외 출연 / 싸이더스

이걸 보는 게 좀 늦었습니다. 뭐 아실 분들은 다 아실 영화라고 생각됩니다만, 스토리 자체로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영화입니다. 간단하게 해 보면 묻혀 있던 천재소년을 찾아낸 범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고 압축되니까요. 게다가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딱히 별다른 변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압축된 스토리에서 금방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요컨대 모험 없이 무난하게 갔다는 뜻이죠. 특별히 뛰어난 부분이 없는 만큼 특별히 모자란 부분도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한 번 보면 될 법한,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아악, 역시 영화관에서 봤어야 했어!'라고 후회했습니다.
왜냐하면..

클라이맥스에서 청년 경민으로 나오는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오케스트라가 펼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제 1악장의 파워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피아노가 먼저 전주를 깔아주다가 현악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저 부분을 저는 정말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뭐 좀 더 지나면 악장이 바뀌어 들어가긴 합니다만, 여하간) 여기에선 볼륨을 키워 주고 들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나 제 스피커는 2ch (...) 스피커이니 5채널 서라운드는 고사하고 저음 강화 우퍼조차 없습니다. 딴 건 몰라도 음악을 들을 때면 정말 저품질 스피커의 한계를 통감하게 되는군요.

그러니까 결론은 이겁니다. 스토리 자체는 별로 대단할 거 없다. 그냥 볼만한 정도다. 하지만 음악의 파워는 대단하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봐라! 두 번 봐라!

..가 되겠습니다.
딴 건 다 접어두죠. 라흐마니노프께서 저를 압도하셨습니다. 크흑.
Posted by Neissy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마비 포스트.



누렙 천, 누적탐험렙 이백 달성. 이건 어제 찍은 겁니다




그리고,


피토하게 긁어모아 드디어 AP 60 달성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AP모으는게 꽤 일이었던
에로 우리볼버.. 1랭 찍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현재 Chien의 전투스킬입니다.
(랭이 안 뚫려 올릴 수 없는 건 제외하고) 올 1랭까지 분발하겠습니다.
Posted by Neissy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한 달 전쯤 감상을 올렸던 '황제의 코담뱃갑'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네, 존 딕슨 카, 바로 그 작가입니다. 사실 이 '세 개의 관'까지 살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황제의 코담뱃갑 리플에 세 개의 관의 트릭이 기발함으로는 압도적이라는 말이 있어서 (물론 글 전체적인 완성도는 좀 떨어진다는 말도 있긴 했습니다만) 구입했지요.

뭐, 각설하고,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밀실살인이 등장합니다. 한 가지는 완전히 닫혀진 공간에서 일어난 밀실살인이고 또 한 가지는 완전히 열린 공간에서 일어난 밀실살인입니다. 전자의 경우 외부로 통하는 출구는 세 개가 있는데, 문은 계속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고 굴뚝 밖으로는 발자국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으며 (이 때 눈이 내렸기 때문에 공기보다 가볍지 않은 이상 그 위를 지나갔다면 발자국이 남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창문 밖으로는 너무 높고 또 붙잡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희생자 이후에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옵니다. 그가 죽는 모습을 세 사람이 보았는데, 아무도 근처에 없는 거리 한복판, 눈 쌓인 거리에서 죽었으며 그는 등에 총을 맞았기 때문에 자살일 리도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코트에 뚫린 구멍이 검게 타 있었으므로 총을 바짝 대고 쐈거나 혹은 고작해야 5~7cm정도 떨어진 곳에서 쏘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음을 세 명이나 되는 믿을 만한 증인이 증언합니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요. 진상은 마지막 장에서 밝혀집니다. (응?)

위에서 언급한 PaleSara의 리플, 압도적으로 기발한 트릭이지만 좀 기계적으로 복잡하고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떨어진다.. 라는 걸 여기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만, 일단 다 읽고 나서 평가하자면 저로서는 이 트릭이 딱히 복잡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뭐, 납득할 만한 수순이랄까요? 게다가 이 소설 역시 독자에게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조금 신경만 쓴다면 추리자가 아는 것을 독자 역시 알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냥 읽었지만요. (...)

여담으로 감명깊었던 것은 소설 후반부의 '밀실 강의'를 할 때 펠 박사가 한 말입니다. 247페이지의 내용을 한 번 그대로 옮겨 와 보겠습니다.


"이제부터 강의를 좀 하고 싶소." 박사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미스터리소설에서 '밀폐된 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의 일반적인 구조와 그 발전에 대한 것이오. 흠! 반대하는 사람은 이 장을 건너뛰면 돼요. 흠! 우선 첫째로 신사 여러분! 나는 지난 40년 동안 자극적인 소설로 내 정신을 향상시켜왔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데······."

"그런데 불가능한 상태를 분석하려는 거라면서" 하고 페티스가 끼어들었다. "왜 하필 미스터리소설을 논하시는 겁니까?"

"왜냐하면" 하고 박사는 거침없이 말했다. "우리는 미스터리소설 속에 있는 인물이며, 그렇지 않은 척하며 독자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오. 온갖 구실을 짜내어 미스터리소설의 논의에 끌어들이는 건 그만 둡시다. 그보다는 책 속의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연구를 솔직하게 자랑하는 건 어떻겠소? ····· (이하생략)"


.. 만화나 라이트 노블 류에서는 가끔 봐 오긴 했습니다만 추리소설에서 이렇게나 당당하게 등장인물이 '우리는 가공의 인물이오' 하고 외치는 걸 보는 게 처음이어서 황당했습니다. 이건 뭐야 싶었다기보단 그럴싸한데?! 의 느낌의 황당함이었습니다만. 한편으로 당황스러우면서 한편으로 신선했습니다.

저 '밀실 강의' 자체는 여러 추리소설에서 나온 밀실들을 한데 모아 잘 정리한 꽤 괜찮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는 미스터리소설 속의 인물이다'라는 펠 박사의 말과 더불어 소설 내에 들어가기에는 어째 좀 이질적이다 싶은, 말하자면 '이건 펠 박사의 말이다'라기보다 '이건 존 딕슨 카의 말이다'라는 느낌이 상당히 강한 부분이 있어서 그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만.

재미 자체로 따지자면 황제의 코담뱃갑과 비슷한 수준인데, 확실히 전체적 완성도로서는 황제의 코담뱃갑보다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바로 위 문단에서 말한 문제를 포함해,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달까요.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그냥 조금 뭔가 아쉽다 정도입니다만) 더불어 아무래도 이건 뭔가 번역 수준이 좀 낮다 싶은 부분도 있긴 했습니다만 (침묵), 뭐 그건 넘어가죠.

여하간 저는 이제 챈들러를 마저 읽어 볼 생각입니다. 그 후에는 미야베로 넘어가보고, 다시 그 뒤에 뭔가 찾아볼 생각입니다. 존 딕슨 카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뭐, 가장 평이 좋은 두 개를 읽어버렸으니 다른 건 이보다는 아무래도 떨어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