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귀찮고 피곤해서 미루거나 다음에 하고 싶지만 하고 나면 역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고,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서 했는데 하고 나면 아 진짜 내가 왜그랬지 그시간에 딴 걸 했어야 했는데 생각하는 일 말예요. 이런 걸 잘 구분해서 해야 하는데 살다 보면 이게 은근 계획대로 잘 되지가 않고 그러죠. 사실 해야 하는 일 제대로 하려면 (그러니까 할 일이 귀찮거나 피곤해지지 않으려면) 평소에 체력관리 잘하고 시간관리 잘해서 괜찮은 몸상태를 만들어놔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결론은 체력은 국력인가..
Posted by Neissy


 태양은 아직 중천이었으며 공기는 따듯했다. 이제 9월도 삼분의 일이 지나 가을이 시작되려 하는 시기였지만 여름이 쉽사리 지나가줄 기색은 아니어서 한낮에는 아직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는 잎사귀가 무성한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주위 거리를 구경했다.

 이 시간대의 그레이치 구 1번가는 한산했다. 상점이 늘어서있는 4번가 이후와는 달리 대개 주택이었으며 돌아다니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 서넛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다. 아이들 특유의 꺅꺅대는 외침과 함께 흐릿하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 거리에 사는 사람들 중 빈곤한 사람은 없었다. 방금 지나친 아이들의 옷도 제법 깨끗하고 말쑥했으며 부모의 손길을 받아 잘 관리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이는 주택마다 잔디밭과 울타리가 있는 동네다웠다. 아주 잘 살지는 않더라도 부족함 없이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이곳에서 크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아직 충분히 쓸 만한 진회색 얇은 반코트와 검정색 면바지를 걸치고 있었다. 구두에도 윤기라고 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셈이었다. 나는 의뢰인의 집에 들어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옷차림을 점검했다.

 희고 깨끗하게 칠해진 울타리를 넘어 잔디밭에 놓인 블록을 밟고 연두색 지붕이 있는 갈색 벽돌집으로 걸어갔다. 나무문은 희게 칠해졌으며 마찬가지로 희게 칠해진 문고리가 달려있었다. 나는 문고리를 두드렸다.

 계십니까, 커네스터 양. 탐정 얀 트로닉입니다.”

Posted by Neissy

 시계 샀습니다.

 전부터 시계를 사고 싶었고 원래 손목시계를 좋아하는데 별로 여유가 없어서 그냥 지내다가, 이번에 큰 맘 먹고 질렀습니다. 정가 24만원인 걸 인터넷에서 (정식 수입품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판매처에도 등록되어 있는 곳이더군요. 물건에 차이야 없다지만, 전 좀 더 비싸더라도 정식 수입을 통해 들어온 물건을 선호합니다) 16만 5천원에 구입했지요. 시계덕후들에게야 저가형 시계이겠지만 저에게는 아주 고급스런 시계입니다.


상자 속에 에어캡으로 안전하게 포장되어 왔습니다




ALBA는 SEIKO의 (젊은 층 대상) 저가 브랜드입니다.
세이코 알바라고들 많이 부르는데, 10만원대에서 시계를 찾는다면 여기가 무난한 선택입니다.




실은 이 상자 안에도 다시 에어캡이 있지만 그것까지 또 찍을 필요는 없으니 스킵.
담겨 있는 시계의 모습 & 정품보증서 & 스탬프 찍힌 카드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스톱와치) 기능이 있습니다. 시침과 분침은 다이얼의 그것이 맞지만 초침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용입니다.
시계 초침은 9시 방향에 있는 작은 서브다이얼에서 움직입니다.




(메탈밴드를 조정한 후) 착용샷. 마음에 듭니다.
밴드 조정에는 압정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번에 쇼핑하며 알아낸 한 가지:
이를테면 11번가 등에서 물건을 살 때, 이 상태에서 그냥 사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고른 물건을 그 이름 그대로 NAVER 지식쇼핑에서 다시 검색해서 지식쇼핑을 통해 들어가면,
무슨 원리인지는 잘 몰라도 이렇게 추가할인이 됩니다. 17만 5천원이 16만 5천원이 되는 건 결코 무시할 만한 게 못 되죠.


 이게 이거만 그런가 싶어 검색도 해봤더니 300만원대 카메라의 경우 15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어느 블로그 글도 보이더군요. 가격대가 더 비싼 물건이라면 더욱더 중요한 팁이 아닌가 합니다. 참고로 이걸 제가 알았던 건 처음에 물건을 검색할 때 파이어폭스를 써서 지식쇼핑으로 들어갔다가, 물건을 구매할 때는 그 링크 그대로 복사해서 익스플로러에서 결제하려 했는데 웬일인지 만원이나 더 올라가서 깜짝 놀랐었기 때문입니다. 링크를 복사했더니 지식쇼핑 중개가 사라졌거든요.

 아무튼 저는 오늘 시각 확인할 이유도 없으면서 괜히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뭐 그런 거죠. 핫핫.
Posted by Neissy

 정말 오래 걸렸네요. 금년 3월부터 짜기 시작했으니까 만 10개월이나 플롯 붙들고 있었나. ······참으로 속도 느린 작가로다. 하지만 일단 플롯이 완성되면 글 쓰는 속도 자체는 아주 느리진 않으니 이번 방학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이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여하간 현재의 저로서는 이 이상의 플롯은 사실상 짜내기 어려운 것 같으니, 이제 '집필'을 개시하려 합니다.

 하드보일드 액션 판타지 <탐정은 죽지 않는다>의 후속작, <희생 없이 영광 없으리 (가칭)>입니다. 기프트와 오너와 마법사는 여전히 나오지만, 이번엔 오히려 사회파적인 느낌을 좀 강하게 해보았습니다. 그래도 액션은 필요한 곳에서는 나오긴 나옵니다만.

 내년 봄까지는 다 쓸라나, 이거.



 플롯 짜는 동안 영감을 준 앨범들:
 The Dark Knight OST
 박지윤 7집, <꽃. 다시 첫 번째>
 이소라 6집, <눈썹달>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