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드디어 도장에 복귀했습니다. 시간이 한정적이었지만 그래도 못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지요. 사부님을 뵙고, 사형제들을 만나 영춘권을 하니 그렇게 즐거울 데가 없더랍니다.

한 달 반 이상을 도장에 못 갔기 때문에, 연습할 상대가 한 명뿐이었는데 (물론 이게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은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그건 저에겐 좀 새로운 상황이었고, 다시 도장에 복귀하면서 새삼 체감하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1. 역시 여러 사람과 해야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면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걸 알기 위해서는 단 한 사람과만 해서는 모자라요. 다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과는 두드러지지 않는 문제가 또 어떤 사람과는 대두됩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자기 문제가 뭔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연습은 그러기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2. 당연히, 개인연습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연습을 하면서 스스로 뭔가 알아내고 과제를 찾아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그건 코로나 이전에도 그래왔던 것이고, 전엔 뭔가 알아내면 곧바로 도장에서 확인해보았는데 이번엔 그게 좀 여의치 않았다는 차이가 있었죠. 아니나 다를까, 사부님께서 몸을 잡아주실 때 보니 역시나 제가 느낀 것과 조금 다르게, 그리고 훨씬 깊이 있게 잡아주시더라고요.

2-1. 다만, 사부님께서 몸을 잡아주실 때 뭔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연습을 통해 무언가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도장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론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결국 개인연습의 중요도가 떨어지진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3. 여러 사람을 만날수록 다른 방면에서 자극을 받는데, 수련이 즐거워지는 데에는 그것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내가 미처 모르던 걸 알게 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도 있죠. 도장에 못 갔던 동안 약간 평이해졌던 자극이, 다시 순식간에 끓어오른 느낌입니다. 바로 이겁니다. 이 맛이죠.

방문객 여러분은 어떻게 운동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쪼록 코로나 조심하시고 즐겁게 운동하시길 기원합니다.

Posted by Neissy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별다를 것은 없습니다. 해야 할 것을 하던 대로 하겠지요. 아쉬운 게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 강화로 지금 도장에 못 나가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건데, 이것만은 어쩔 수 없으니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릴 뿐입니다. 그나마 회사에 같이 다니는 사형과 치사오를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로군요.

신년 목표라고 하기는 뭣합니다만, 어쨌든 나름의 목표를 잡아서 금년 내에는 가능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중입니다.

1. 연환충권 5천번을 하고 난 다음날에도 전혀 힘들지 않은 몸을 만들 것 : 이건 아마 1월 중에는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얼추 가능해지긴 했는데, 날이 거듭되다 보면 팔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건 아직도 팔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간 것 + 팔이 아직 덜 단련된 것일 터라,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잘될 거라 생각합니다.

1-1. 월백을 최대한의 힘으로 때려박아 치면서도 팔에 일절 힘이 들어가지 않게 할 것 : 제대로 된 충권이란 의미에서, 결국 1번과 연결되는 사항입니다. 부셔버릴 작정으로 들이박아 치면서도 힘을 완전히 빼고 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반동이 내 몸에 바로 돌아오기 때문에.. 하지만 잘된다면 충권 레벨이 확실히 한 차원 올라가겠지요. 가능하다면 금년 중으로 감각을 잡을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2. 표지 치사오를 표지답게 할 수 있게 할 것 : 표지를 쓰는 건 심교까지의 기술을 쓰는 것과 확연히 다릅니다. 단순히 궤도가 바뀌거나 기술의 형태가 바뀌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타이밍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 실마리를 언뜻 잡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장기 프로젝트고, 금년 안에 마음에 들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어쨌든 신경 써서 노력하지 않으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간들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3. 충분히 빠른 발차기를 만들 것 : 충권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기본기죠. 그리고 이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그냥 횟수를 채우는 식의 연습으로는 안 됩니다. 깔끔하고 빠르게 할 것을 신경쓰며 반복숙달하는 수밖에 없죠. 발차기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무기로 만들 작정입니다.


1번이니 2번이니 라는 식으로 나눠 놓긴 했습니다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고, 각각의 연습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목적은 하나예요. 영춘권 잘하는 것.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다음 목표를 찾아내 노력하고, 그게 가능해지면 또 다음 목표를 찾아내고. 전 그런 걸 아주 좋아합니다. 매일 같은 걸 하는 듯 보이지만, 제게는 그 매일이 같지 않죠. 그래서 연습은 늘 힘들고 즐겁습니다.

Posted by Neissy

어쩌다보니 이게 연재물이 되고 있군요. 하지만 제게 있어 충권이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확실한 기술! 어쩔 수 없습니다. 기본기 덕후거든요.

수련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기술마다 어느 정도 적절하게 배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해야 할 게 이것저것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도 개인수련에 있어서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추긴 합니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충권은 다른 것에 비해 확연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 뭐, 얼마 전부터 연환충권을 5천번씩 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사실 그저 3천번이 5천번이 될 뿐이라, 시간이 좀 더 들어가는 거지 그리 힘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계속해 보니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칠 때가 아니라 다음날에 말이죠) 예전에 연환충권 천번을 처음 했던 때가 생각나덥니다. 그때도 하다 보니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비슷한 느낌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5천번이 그냥 가벼워지기까지는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싶습니다. 어차피 12월은 코로나 때문에 도장도 못 가게 된 차라, 이번 달 동안 이거라도 몸에 붙여둘까 하는 참이긴 합니다.

해서 연환충권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저입니다만, 물론 충권의 수준을 높이는 건 단지 허공에 치는 연환충권 수만 늘린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월백에 대고 치는 것, 스텝이나 기타 수기와 조합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하고, 그걸 실제로 치사오해보면서 잘 쓸 수 있게 연습할 필요도 있죠.

개인적으로 신념 같은 게 있는데, 기본기가 잘 안 통한다면 그건 기본기가 원래 잘 안 통해서가 아니라 내 기본기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형이나 동기들과 할 때, 충권이 잘 들어가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는데, 그래서 원하는 순간 원하는 대로 칠 수 있게끔 수준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 제 수준이 올라가는 동안 이분들 수준도 올라갈 터라 이게 그렇게 막 들어가게 되지야 않겠지만, 그러면 그러는 대로 또 다듬어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재미죠. 시소게임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뭐 그렇다고 다른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이상한 신념을 갖고 굳이 충권만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도장에는 못 나가는 12월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달성할 목표도 만들었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형과 치사오도 할 수 있으므로 아주 괴롭진 않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역시 상황이 빨리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긴 합니다만.

Posted by Neissy

한줄평 : 시간 아깝습니다. 보지 마세요. (.....)


굳....이 설명을 하면, 요즘의 영상에 70년대의 액션 (그나마도 수준이 낮은)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우항은 <엽문전전>에서는 그래도 좀 빠릿했는데, 그동안 무얼 했는지 움직임이 둔한 게 티가 납니다. 영춘권을 아예 모르는 분들이 빠심으로 본다면 뭐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스토리가 너무 패망입니다. 적어도 영화라면 액션 하나하나에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게끔 감정이입을 시켜줘야 하는데, 거대한 줄기만 대충 잡아놓고는 그 이야기 흐름이 설득력있게 와닿도록 디테일을 제대로 만들질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대충 넘어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최악이었던 건 극중 중요인물이 죽을 때 감동하라고 배경으로 노래를 깔아주는 부분이었는데, 죽는 이유와 방법이 너무나도 설득력이 없어서 '아니 왜 저렇게 죽지?' 하고 답답한 와중에 노래를 트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엽문 전전>이 별로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선녀같았습니다.

인기있을 만한 요소는 이것저것 최대한 집어넣은 것 같은데, 그래서 다 따로 노는 기분이 듭니다. 흑기사랍시고 이소룡 카토 가면은 왜 쓰는지도 모르겠고, 도끼파는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 도끼파가 실존했거나, 유명한 뭔가가 있는 건가요? <쿵푸 허슬> +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 + <일대종사>를 다 섞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후까시만 가져오는 방법으로요. (...)

그러니까 결론은...

시간 아깝습니다. 보지 마세요, 이런 거.
(....)



덧. 어차피 쿵푸허슬 따라한 거, 주성치 개그도 좀 따라했으면 조금은 점수를 줬을지도요.
"그런데 엽사부, 전에 홍가권 하지 않으셨던가요?"
"홍가권? 무슨 홍가권? 내가 홍가권을 언제 했다고?"
"아.. 아아, 착각했나봐요. 요즘은 모든 게 혼란스러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