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이게 연재물이 되고 있군요. 하지만 제게 있어 충권이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확실한 기술! 어쩔 수 없습니다. 기본기 덕후거든요.

수련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시간을 생각하면, 기술마다 어느 정도 적절하게 배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해야 할 게 이것저것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도 개인수련에 있어서 나름대로 밸런스를 맞추긴 합니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충권은 다른 것에 비해 확연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 뭐, 얼마 전부터 연환충권을 5천번씩 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사실 그저 3천번이 5천번이 될 뿐이라, 시간이 좀 더 들어가는 거지 그리 힘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계속해 보니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칠 때가 아니라 다음날에 말이죠) 예전에 연환충권 천번을 처음 했던 때가 생각나덥니다. 그때도 하다 보니 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비슷한 느낌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5천번이 그냥 가벼워지기까지는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싶습니다. 어차피 12월은 코로나 때문에 도장도 못 가게 된 차라, 이번 달 동안 이거라도 몸에 붙여둘까 하는 참이긴 합니다.

해서 연환충권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저입니다만, 물론 충권의 수준을 높이는 건 단지 허공에 치는 연환충권 수만 늘린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월백에 대고 치는 것, 스텝이나 기타 수기와 조합하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하고, 그걸 실제로 치사오해보면서 잘 쓸 수 있게 연습할 필요도 있죠.

개인적으로 신념 같은 게 있는데, 기본기가 잘 안 통한다면 그건 기본기가 원래 잘 안 통해서가 아니라 내 기본기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형이나 동기들과 할 때, 충권이 잘 들어가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는데, 그래서 원하는 순간 원하는 대로 칠 수 있게끔 수준을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 제 수준이 올라가는 동안 이분들 수준도 올라갈 터라 이게 그렇게 막 들어가게 되지야 않겠지만, 그러면 그러는 대로 또 다듬어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재미죠. 시소게임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뭐 그렇다고 다른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이상한 신념을 갖고 굳이 충권만 쓰겠다는 건 아니지만요.

도장에는 못 나가는 12월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달성할 목표도 만들었고,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형과 치사오도 할 수 있으므로 아주 괴롭진 않을 예정입니다. 그래도 역시 상황이 빨리 더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긴 합니다만.

Posted by Neissy

한줄평 : 시간 아깝습니다. 보지 마세요. (.....)


굳....이 설명을 하면, 요즘의 영상에 70년대의 액션 (그나마도 수준이 낮은)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우항은 <엽문전전>에서는 그래도 좀 빠릿했는데, 그동안 무얼 했는지 움직임이 둔한 게 티가 납니다. 영춘권을 아예 모르는 분들이 빠심으로 본다면 뭐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스토리가 너무 패망입니다. 적어도 영화라면 액션 하나하나에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게끔 감정이입을 시켜줘야 하는데, 거대한 줄기만 대충 잡아놓고는 그 이야기 흐름이 설득력있게 와닿도록 디테일을 제대로 만들질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대충 넘어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최악이었던 건 극중 중요인물이 죽을 때 감동하라고 배경으로 노래를 깔아주는 부분이었는데, 죽는 이유와 방법이 너무나도 설득력이 없어서 '아니 왜 저렇게 죽지?' 하고 답답한 와중에 노래를 트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엽문 전전>이 별로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건 선녀같았습니다.

인기있을 만한 요소는 이것저것 최대한 집어넣은 것 같은데, 그래서 다 따로 노는 기분이 듭니다. 흑기사랍시고 이소룡 카토 가면은 왜 쓰는지도 모르겠고, 도끼파는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 도끼파가 실존했거나, 유명한 뭔가가 있는 건가요? <쿵푸 허슬> + <정무문 : 100대 1의 전설> + <일대종사>를 다 섞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후까시만 가져오는 방법으로요. (...)

그러니까 결론은...

시간 아깝습니다. 보지 마세요, 이런 거.
(....)



덧. 어차피 쿵푸허슬 따라한 거, 주성치 개그도 좀 따라했으면 조금은 점수를 줬을지도요.
"그런데 엽사부, 전에 홍가권 하지 않으셨던가요?"
"홍가권? 무슨 홍가권? 내가 홍가권을 언제 했다고?"
"아.. 아아, 착각했나봐요. 요즘은 모든 게 혼란스러워요."

Posted by Neissy

늘 그러듯 한가하게 놀다가 이런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남창희 씨가 영춘권을 두 달째 하고 계신 모양이더군요. 그것도 도복을 보건대 우리 도장에서 (....). 두 달이면 자세 익히기도 버거운 시간이라 아무래도 미숙하지만, 정말 도장에서 배우기 시작하신 열정은 존중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 반가웠어요 ㅋㅋㅋ

우리 도장에 의외로 유명한 분들이 다니시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이런 경우 보통 개인레슨이라 저와는 만날 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남창희 씨도 이왕 도장에 다니시니 영춘권 즐겁게 배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응원합니다!

Posted by Neissy

사실 상체와 하체를 구분하는 게 꼭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영춘권을 할 때, 상하체가 따로 놀면 안 되니까요.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애초에 무술에 있어서 근력단련이 기피되는 경우가 생기는 게, 무게를 들면서 팔만 쓴다거나 다리만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몸 전체를 하나로 쓰지 못하는 습관이 드는 걸 경계하느라 그러는 수도 있거든요. 몸을 따로 놀게 하지 않도록 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영춘권을 해오면서, 종종 영춘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영춘권이 하체보다 상체가 발달된다거나, 팔과 어깨가 커진다거나 하는 말이요. 그런 말에 대한 제 의견은..

..아니오, 그건 영춘권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한 겁니다. 복잡하게 할 것도 없이 엽문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보죠. "영춘권에서는 손을 수련하는 것보다 두 배 강하게 다리를 수련한다."

물론 영춘권을 하면 팔이나 어깨가 굵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허리도 강해지고, 다리도 굵어져요. 제대로 하려면 다리가 정말 강해야 합니다. 깊이 있게 하면 알게 되죠. 팔이 중요하지만, 허리와 다리는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힘을 내고 받고 흘리는 데에는 다리가 핵심이죠. 팔힘을 쓴다? 어림없죠. 그래서는 때려도 아프지 않고, 막아도 반격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한 사제와 자유 치사오를 해봤습니다. 어쨌든 워낙 레벨 차이가 있으니 결과는 딱히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 사제의 경우 힘이 나름 있는 편이고, 보통 비슷한 급과 할 때 완력을 빼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죠. 그래서 제가 치사오를 해보니, 힘이 굳고 중심이 떠서 상대하기 아주 편했습니다. 애초에 영춘권은 맞부딪히지 않습니다. 흘러들어가죠. 몸 전체를 사용해 흘리고, 몸 전체를 사용해 칩니다. 중심도 완전히 내리고요. 그럴 수 있게 된 사람을 상대로 뜬 힘을 쓰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 치사오에서도 제 나름대로 과제를 또 찾아내긴 했습니다. 더 부드럽게 흘리고, 더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 알았달까요. 그건 결국 기본 중의 기본에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이었죠.

네, 보법 이야기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확신했습니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중심을 이동시켜서. 사부님이 하시듯이 말이죠. 사부님을 흉내내려면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또 연습해 가야겠죠.

깊게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이 영춘권은 수기가 눈에 띄니까 상체로 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하체가 따라주지 않는 상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하체가 아무리 잘돼있어도 상체에 문제가 있으면 그 또한 곤란하겠지만요.

그러니까 결국.. ..다 해야 하는 거죠. (웃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