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러듯 한가하게 놀다가 이런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남창희 씨가 영춘권을 두 달째 하고 계신 모양이더군요. 그것도 도복을 보건대 우리 도장에서 (....). 두 달이면 자세 익히기도 버거운 시간이라 아무래도 미숙하지만, 정말 도장에서 배우기 시작하신 열정은 존중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 반가웠어요 ㅋㅋㅋ

우리 도장에 의외로 유명한 분들이 다니시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이런 경우 보통 개인레슨이라 저와는 만날 일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남창희 씨도 이왕 도장에 다니시니 영춘권 즐겁게 배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응원합니다!

Posted by Neissy

사실 상체와 하체를 구분하는 게 꼭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영춘권을 할 때, 상하체가 따로 놀면 안 되니까요.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테면 애초에 무술에 있어서 근력단련이 기피되는 경우가 생기는 게, 무게를 들면서 팔만 쓴다거나 다리만 쓴다거나 하는 식으로 몸 전체를 하나로 쓰지 못하는 습관이 드는 걸 경계하느라 그러는 수도 있거든요. 몸을 따로 놀게 하지 않도록 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영춘권을 해오면서, 종종 영춘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었습니다. 영춘권이 하체보다 상체가 발달된다거나, 팔과 어깨가 커진다거나 하는 말이요. 그런 말에 대한 제 의견은..

..아니오, 그건 영춘권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한 겁니다. 복잡하게 할 것도 없이 엽문 선생님의 말을 인용해보죠. "영춘권에서는 손을 수련하는 것보다 두 배 강하게 다리를 수련한다."

물론 영춘권을 하면 팔이나 어깨가 굵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허리도 강해지고, 다리도 굵어져요. 제대로 하려면 다리가 정말 강해야 합니다. 깊이 있게 하면 알게 되죠. 팔이 중요하지만, 허리와 다리는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힘을 내고 받고 흘리는 데에는 다리가 핵심이죠. 팔힘을 쓴다? 어림없죠. 그래서는 때려도 아프지 않고, 막아도 반격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한 사제와 자유 치사오를 해봤습니다. 어쨌든 워낙 레벨 차이가 있으니 결과는 딱히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그 사제의 경우 힘이 나름 있는 편이고, 보통 비슷한 급과 할 때 완력을 빼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죠. 그래서 제가 치사오를 해보니, 힘이 굳고 중심이 떠서 상대하기 아주 편했습니다. 애초에 영춘권은 맞부딪히지 않습니다. 흘러들어가죠. 몸 전체를 사용해 흘리고, 몸 전체를 사용해 칩니다. 중심도 완전히 내리고요. 그럴 수 있게 된 사람을 상대로 뜬 힘을 쓰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 치사오에서도 제 나름대로 과제를 또 찾아내긴 했습니다. 더 부드럽게 흘리고, 더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 무얼 해야 하는지 알았달까요. 그건 결국 기본 중의 기본에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이었죠.

네, 보법 이야기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는 확신했습니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실하게 중심을 이동시켜서. 사부님이 하시듯이 말이죠. 사부님을 흉내내려면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또 연습해 가야겠죠.

깊게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이 영춘권은 수기가 눈에 띄니까 상체로 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하체가 따라주지 않는 상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하체가 아무리 잘돼있어도 상체에 문제가 있으면 그 또한 곤란하겠지만요.

그러니까 결국.. ..다 해야 하는 거죠. (웃음)

Posted by Neissy

변함없이 충권은 공들여 연습하는 편입니다. 매일같이 기본적으로 허공에 연환충권 3천번과 월백에 연환충권 5백번, 그리고 보법이나 다른 수기와 섞이는 충권을 연습하고 있죠. 충권을 3천번쯤 치고 나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더 쳐볼까도 싶지만, 다른 연습해야 할 기술도 많기 때문에 이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적은 바 있습니다만, 기본기 단련은 물론 중요합니다만 그게 초급자 레벨에서 익힌 수준 그대로 언제까지나 단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급 수준의 이해도가 다시 영향을 끼치죠. 결론적으로 지금의 제 충권은 이전의 그것과 기본적인 각도, 궤도, 흐름 자체가 모두 변해 있습니다. 시험 삼아 오랜만에 아내님 앞에서 보여주었더니, '깔끔하고 여유로워졌다'는 감상을 들려주더군요. 실제로 치사오할 때 쓰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또한 과정 중에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충권 연습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긴 합니다만, 결국 그건 영춘권 자체에 대한 이해도와 연결됩니다. 전반적인 이해도죠. 이를테면 이자겸양마와, 중심과, 힘의 흐름과, 각도, 궤도, 무게 싣기, 힘빼기. 영춘권을 이해하지 못하면 충권만 백날 친들 별다른 향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춘권을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충권이 향상되고, 충권을 연습하면서 또한 영춘권에서 몸 쓰는 방법을 다시 알아간달까요.

기술 자체를 숙련시키는 것은 당연히 기초적인 부분이고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이 기술 자체는 아닙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춘권 기술을 쓴다고 그게 곧 영춘권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할 수 있겠군요. 중요한 건 원리입니다.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움직인다면, 기초 기술을 쓰면서도 고급 기술에 닿은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되죠.

뭐, 일단 지금 제가 목표로 하는 건 그런 경지입니다. 기본기만 쓰면서도 움직임 자체는 기본적이지 않은 그런 경지요. (네, 사부님이 너무 쉽게 보여주시는 그런 경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걸 하기 위해서는 기본기 숙련은 물론이고, 당연히 고급 기술도 다 할 줄 알아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갈 길이 멀긴 합니다만, 어떻게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는 길이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괜찮습니다. 적당히 쉽지 않은 게 또 재미있는 법이니까요.

Posted by Neissy

가족모임을 생략하게 된지라, 이참에 매일수련을 강도 높게 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좀 더 발전하는 기분도 들고.

이번 연휴 동안 살이 조금 빠질 것 같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