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장은 여전히 꽤나 한산합니다. 제가 나가는 타임만 해도 인원수가 체감상 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인 시기입니다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사람은 잠시 안 나온다거나 하는 일도 있고, 다들 여전히 조심스러워져 있긴 합니다.
# 저에게 있어서는, 표지를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여러 가지가 확연히 변화해 나가고 있는 시기입니다. 움직임이 굉장히 다른 느낌이 들지만, 사실 다른 움직임을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모든 움직임이 기본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본을 또다시 다잡고 있습니다. '원래 그렇게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던' 부분들을 다시 점검하고 확실히 해 나가는 중입니다. 소념두의 느낌조차도 또다시 변화하고 있는데, 그 발전이 즐겁습니다.
# 집 벽에 달았던 월백이 문제가 있었습니다. 집이 콘크리트벽인데 너무 단단해서 못이 완전히 박히지 않았던지라 결국 헐거워져 빠져버렸거든요. 다시 박으면서 강하게 박으려고 노력해봤지만 해머드릴 정도는 있어야 제대로 못을 박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월백을 문제 없이 고정시킬 다른 방법을 찾았고, 다시 마음 놓고 강하게 월백을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텝으로 치고 들어가면서도 충권을 쳐보았는데, 손맛이 아주 좋아서 대만족입니다.
# 허공에 치는 충권과 월백에 치는 충권, 미트에 치는 충권, 그리고 맨몸에 치는 충권이 서로 느낌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다른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몸을 쓰는 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강, 그런 느낌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 다니고 있는 회사에 영춘권 사형을 다닐 수 있도록 천거해서, 요즘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요일을 정해서, 일이 끝난 후 둘이서 치사오를 하고 집에 가기도 합니다. 제게는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인 환경이죠. 이 사형과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과 영춘권 양면으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중입니다.
# 코로나로 난리지만, 도장은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제 활동반경 중 가장 위험한 곳인 건 사실이고, 서로가 서로를 조심스러워하는 시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다행히도 무탈한 상황입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후 도장에 사람이 확 줄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크게 위험하진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충권은 계속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아무 준비 동작 없이 일직선으로 채찍처럼 날아가 깊숙이 박혀들어가는 그런 펀치를 목표하고 있는데, 아직 원하는 것처럼 깔끔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몇 년 이상은 더 열심히 해야 원하는 게 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지금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만족이 된다는 건 아니죠.
# 표지를 배우면서 확실히 많은 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작 하나하나의 타이밍과 각도와 섬세함이 다릅니다. 결과적으로, 표지를 안 배운 사람을 농락(...)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물론 표지 기술을 써서 농락한다는 뜻이 아니라, 소념두와 심교의 기술만으로 농락한다는 뜻입니다. 이해도와 움직임이 달라졌기 때문에, 같은 기술 같아도 이미 같은 기술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아직 표지를 배우지 못했던 때에 표지를 배운 형에게 그렇게 농락당한 입장에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더 배워 가면 얼마나 많이 바뀔지 기대됩니다.
# 사부님과 치사오를 하면.. 기가 막힙니다. 힘이 맞물리지 않고 흡수되어 사라져버립니다. 힘이 과하면 빨려들어가거나 굳어서 당하고, 힘이 안 나오면 뭉개져서 당합니다. 굉장히 강하면서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준비동작이나 반동 같은 건 애초에 보이지도 않고, 체중이동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릅니다. 솔직히 사부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힙니다. (...) 제가 좀 더 강해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제가 강해지는 동안 사부님이라고 가만히 계시는 게 아니라서 그 격차가 좁혀질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사실 안 좁혀져도 크게 상관은 없긴 합니다. 목표가 멀어지면, 멀어지는 만큼 저도 더 나갈 수 있는 법이라서요. 어쨌거나 '사부님 같은 영춘권사가 되고 싶다!'가 제 목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 그래서 요즘, 솔직히 영춘권 하는 게 더럽게 재밌습니다. 뭔가 계속해서 몸놀림이 변화하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걸 기반으로 새롭게 다잡아, 비로소 우화하기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 그리고 앞으로 10년이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라고 쓰고 보니 이건 나중에 수련 만 10년 기념 포스트에 적어야 했을지도)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0568
엽문4: 더 파이널
영춘권 최고수 ‘엽문’(견자단)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그곳에는 자신의 제자 이소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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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떴네요. 4월 개봉이라.. 오래 걸렸어요. 이거 볼 사람은 다 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볼지 어떨지는 조금 고민해보렵니다.
영춘권의 공격이 충권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충권을 제일 좋아합니다.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저는 기본기 덕후고, 기본기 중에서도 기본기를 가장 잘하는 걸 미덕으로 여깁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이 빠르고 강할 때 다른 공격들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죠. 제게 충권은 야구의 패스트볼과 같습니다. 그것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지만, 그게 수준이 높으면 다른 것과 크나큰 시너지를 발휘하죠. 수준이 크게 높지 않은 상대라면 그것만으로 끝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수련 메뉴에서는 항상 충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상 같은 분량의 수련 메뉴를 소화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면이 있긴 하지만, 가능한 한에서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깨끗한 궤도로, 빠르고 강하게 칠 수 있도록. 최근 들어서는 매일 허공에 연환충권 삼천 번, 월백에 오백 번씩 치고 있었고, 여름까지는 연환충권 삼천 번에 월백 삼천 번을 칠 수 있게 되는 게 목표입니다.
수련 초기에 사부님이 하셨던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연습하면 기계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하셨죠. 충권에 있어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원래 저는 힘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아주 빠른 편은 아니었지요. 모 사제와 프리 치사오를 할 때, 원래는 작정하고 찔러 넣어도 사제가 막아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간만에 이 사제와 해보니, 작정하고 친다거나 하는 걸 떠나서, 필요한 순간 알아서 펀치가 날아들어갔고, 반응하기 전에 이미 꽂아넣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정하고 빠르게 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늦는 것이죠, 몸이 기계적으로 알아서 움직여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빠르게 하려고 하면 반동이 생기고 힘이 들어가며, 결국 경직됩니다.
취미생활로 무술을 하는 입장에서, 사실 모든 기술을 충분히 연습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하루에 한 시간 남짓 수련하기도 바쁘고, 두 시간이면 많은 편이죠. 그 시간 동안 충분히 기술을 많이 연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저는 충권만 특별히 연습한다기보단, 충권만 겨우 그럭저럭 연습하는 것이고 다른 건 미흡하게 그냥 잊지 않는 수준으로만 하고 있는 것이죠. 그걸로 만족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주 만족스럽진 않습니다만, 제 상황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대로 하는 거죠.
어쨌든 기본 충권과 기본 발차기만은 충분히 빠르게 꽂아넣을 수 있도록 하고 싶으므로, 다른 연습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열심히 연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빠르며 강한 것은 언제나 제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연습을 쌓아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겠죠. 제가 아는 한 그게 제일 빠른 길입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어요. 집에서 연습하고 가서 도장에서 성과가 보일 때는 특히나 말이죠. 그러고 나면 상대에게도 자극이 돼서 서로 분발하게 되기도 하고요..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