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배울 때, 많이 연습한다고 꼭 제대로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많이 하지 않으면 제대로 잡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일단 연습을 많이 해서 익숙해져야 안 좋은 부분을 고치면서 다듬어갈 수 있죠.

요즘 집에서 표지만 거의 한 시간 합니다. 덕분에 총 운동 시간이 제법 늘어났는데, 좀 더 피곤해지긴 했지만 뭔가 새로 습득하고 발전하는 느낌을 받아서 또 재미있긴 합니다. 제자로서 집에서 할 건 해둬야, 도장에서 사부님께서도 가르쳐주시는 보람이 있겠지요.

Posted by Neissy
사부님은 왜 그렇게 빠른가? 하는 것은 영춘권을 시작하고부터 항상 연구하던 주제였습니다. 단순히 많이 했기 때문에 그렇다, 오래 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어선 발전하기 어렵겠지요.

빠르다, 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왜 빠른 게 중요한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빠른 게 중요한 이유는, 빠른 동작엔 상대가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반응하기 어려워지는 게 중요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엔, 그냥 빠르게만 연습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반응하기 어려운 기술, 반응하지 못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면, 그건 그저 동작을 빨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죠.

공방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특유의 공방 리듬이 있습니다. 박자라고 해도 좋겠죠. 오래 같이 수련하다 보면 리듬이 서로 맞아 떨어져서, 마치 쿵후 영화처럼 탁 탁 타탁 탁! 하고 서로 멋지게 공방을 펼치게도 됩니다만... ...합이 맞는 건 액션 영화에선 멋질 수 있어도, 공격하는 입장에서 그리 좋은 건 아니죠. 내 박자를 읽히지 않아야, 상대가 읽더라도 그 박자를 어긋나게 들어가야 상대가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도장에서 수련하는 커리큘럼상, 올라갈수록 그 박자가 조금씩 더 쪼개집니다. 박자 사이를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되죠. 그 끝은 아마 (무술 만화에서도 흔히 보는) 무박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사부님이 그걸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전 그건 아직 못하고요, 그냥 대강 박자 사이를 쪼개고 들어가는 정도나 연습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내 움직임으로부터 기대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움직임 자체를 아예 안 읽히는 게 베스트입니다만, 어쨌든 보통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게 됩니다) 그 타이밍을 흔들어놓으면, 의외로 그렇게 빠르지 않아도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공격을 성공하게 됩니다. 힘 빡 주고 치는 것보다 힘 빼고 가볍게 치는 게 더 나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힘 빡 주면 힘이야 세겠지만 상대가 예측하고 반응하기 쉬워집니다. 카운터 걸리거나 힘을 이용당하기도 쉬워지고요.

그래서, 사부님이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전에 방송에서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결국 그 타이밍입니다.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고, 내 타이밍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기. 말하고 보면 뭐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어쨌거나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주거나, 반동을 주거나, 빠르게 날린답시고 그 전에 살짝 딜레이를 만드는 모든 일들이- 당연히 피해야 할 사항입니다. 읽히지 않을 것이 전제조건이죠. 그리고 그런 건 잠시 잠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집에서, 도장에서, 거울 보면서, 사부님에게 교정받으면서, 다듬고, 다듬고,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어 가야 할 문제죠.

그런 이유로, 여태까지 그래왔듯, 다듬고 있습니다. 뭐랄까, 지금까지도 충분히 재미있었는데, 어째 점점 더 재미있어져 가네요.
Posted by Neissy

집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요즘 좀 블로그에 소홀했더니 마지막 글이 벌써 한 달 반 전 글이네요. 전 별다른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찾아와주신 여러분 모두 건강하세요.

Posted by Neissy


모처럼이니 기념 삼아 셀프샷


시간이 참 안 가는 것 같으면서도 지나고 보면 순식간입니다. 엊그제 8주년 기념글을 쓴 것 같았는데, 어느새 9주년이 되었네요. 작년 이맘때와 딱히 변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꽤나 많은 게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매일매일 충실하게 해나가는 게 답이겠죠. 또다시 스스로 정리하는 기분으로, 만 9년 수련 기념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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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에 있어서는 수련 연차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연차가 실력을 담보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연차가 늘어나면 '나 이만큼 해왔다'고 뿌듯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그만한 햇수를 해온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기대할 만한 실력을 정말 지니고 있는지 되새겨보게도 됩니다.

뭐, 스스로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 실력 있냐고 누가 물으면.. 글쎄요, 음, 글쎄요가 나오는 법이죠. 하기야 뭘 얼마나 배우든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형편이라, 자기 스스로 자신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일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마는..

그래도 어쨌거나, 그만두지 않고 9년쯤 계속해온 데 대해서는 나름의 뿌듯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계속 도장에 갈 수 있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수련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아무 풍파 없이 수련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여태까지 괜찮았고, 앞으로도 계속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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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예상하길 지금쯤에는 2레벨 테크니션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대로 2레벨 테크니션이 되어 있습니다. 표지 연습합니다. 단순히 기술을 추가한 게 아니라 몸 쓰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로획에 세로획이 추가된 정도가 아니라, 2차원이 3차원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 표지 기초를 닦고 있는 단계지만,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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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장 중요한 건 손기술이 아니라 발기술입니다. 보법! 보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잘 때리는 것, 잘 흘리는 것, 모든 동작에서 보법이 필수적입니다. 그게 안 되면 힘빼기도 불가능하죠. 그런 이유로 보법을 더욱 신경 쓰고 있습니다. 보법을 따로 연습하는 것도 있고, 통상 하는 동작 중에서도 제대로 움직이려고 신경 쓰는 것도 있습니다.

가끔 영춘권은 붙어서 싸우기 때문에 보법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붙어서 싸우면 보법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붙었는데 하체를 쓸 줄 모르면 그냥 막싸움밖에 안 됩니다. 당연히 보법은 언제 어디서나 중요합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한 토대죠. 토대 없이 건물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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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수련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영춘권을 갓 배웠을 때의, 그때 배운 기초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 고급 단계를 배우게 되면 기초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달라져서, 좀 다른 기초가 됩니다. 업그레이드가 된달지, 버전업이 된달지, 그래서 기초 마크85쯤 되면 겉모습은 비슷해도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는 셈이죠.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겉보기에는 같은 걸 하고 있지만 사실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기초를 수련하는 걸 즐긴다고 하는 쪽이 맞겠습니다. 동작이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있고, 보다 깔끔해져 가고 있습니다. 도장에서 배우고, 집에서 연습하고, 다시 도장에서 적용하고, 새로 배우고, 그런 일들의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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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에 나가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온갖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입니다. 배우고, 다듬고, 실력이 늘고, 어디까지나 진지하면서도 또한 유쾌합니다. 결국, 재미있지 않은 일은 계속할 수 없는 법이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