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힘쓰는 요령'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힘 쓰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같은 일을 해도 더 수월하게 하고, 더 강한 힘을 내면서도 덜 힘들 수 있다면 그건 요령을 알아서입니다. 다른 언어로 표현하면, 구조를 갖추고, 몸힘을 써서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결국 효율적인 몸쓰기란 몸힘을 쓰는 과정입니다. 팔힘이 얼마나 좋건, 다리힘이 얼마나 좋건, 허리힘이 얼마나 좋건- 진정으로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그 각각의 부위가 별도로 얼마나 강한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지요. 정말 중요한 건 그 모두를 하나로 합쳐서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 모두를 하나로 움직일 때 정말 큰 힘을 낼 수 있고, 또한 동시에 굳지 않고 부드러울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영춘권에서는 늘 어깨를 낮추라고 강조하는데, 그건 몸힘을 쓰기 위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사실 어깨를 낮추는 건 영춘권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중요하죠. 팔힘이 얼마나 강하든, 늘 몸힘을 쓰는 것보다는 약합니다. 언제 어느 때고 팔은 몸힘을 내기 위한 통로여야만 합니다. 몸을 배제하고 팔로만 힘을 낸다는 건 팔근육만 키울 때나 의미 있지,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피해야만 하는 방법입니다. 팔은 몸에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 몸과 함께 움직여야죠. 그걸 무시하고 팔로만 힘을 쓰고, 어깨를 들어올리거나 하면- 힘 자체도 약해질뿐더러, 어깨에 입지 않아도 될 부상을 입게 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힘을 쓸 때는 올바른 요령이 중요합니다. 대충 이상한 자세로 탄력 붙여 힘 부족을 때우는 요령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세로 다치지 않고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요령이요.

몸을 함께 쓰면 그냥 팔만 쓰는 것보다 훨씬 강하게 상대를 때리거나 밀거나 들 수 있습니다. 무술이란 늘 효율적으로 몸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더 큰 힘을 놔두고 부분적인 힘만 사용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실을 말하면, 그런 힘쓰기도 일종의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하겠다면 부분적으로 힘쓰는 일은 한순간이라도 배제해야 옳습니다. 무술을 할 때 흔히 근력운동을 주의하는 것도 몸힘을 쓰지 않고 부분적으로 힘쓰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팔만 사용한 탓에 몸으로부터 나오는 힘을 스스로 단절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허리가 약해서, 모처럼 다리에서부터 만들어낸 힘을 끊어내고 상체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것들은 늘 주의해야 합니다. 굳지 않은 부드러운 힘, 정말 무게가 실린 묵직한 힘, 상대의 묵직함을 받아내고도 나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오로지 몸힘을 사용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강한 힘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피지컬인가, 테크닉인가? 힘쓰는 요령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테크닉이 중요하다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요령이란 것도 신체가 되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죠. 정확히 말하면, 그런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런 기술을 받쳐주는 신체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수련하며 시간이 흐르는 사이, 기술과 신체 양쪽 모두 단련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강한 힘에 대해서 늘 로망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까를 항상 궁리하곤 합니다. 어쨌거나, 굳어지거나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높은 레벨의 상대가 그걸 간단히 이용해서 나를 제어해버리기 때문에.. 아무튼 도장에서는 그런 걸 늘 느끼고 있고, 자연스러운 힘을 쓸 수 있도록 최대한 주의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
·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많이 변해 오긴 했지만, 앞으로도 한참을 또 변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묵직하면서 가볍고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감각을 좀 더 찾아 가고 있는데, 어쨌든 이것 또한 아직 지나치는 과정이겠지요. 구조와 중심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 떡밥을 하나 보았고, 지나쳤습니다. 어느 블로그의 어떤 글들이 왜 그런지 그때야 알았습니다.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언급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굳이 언급을 해야 한다면 저 말고 할 만한 사람 많기도 하고..

· 너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나를 쉽게 말하느냐! 라고 말하는 사람 본인이,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사실 그리 조예 깊지 않으면서 쉽게 말한다는 건 좀 웃기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쉽게 평가하는 건 그것에 대해 잘 모를 때 일어나는 일이긴 하죠.

· 일이 너무 빡셉니다. 정말 너무 빡세서 집에서 운동할 힘이 거의 없는지라, 아주 기초적인 것만 해주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하고 안 하고 차이가 제법 있어서.. 언제까지나 일이 이렇게 바쁘지는 않을 테니, 시간이 지나면 또 어느 정도 여력이 생기겠죠.

· 영춘권으로 돈을 버는 건 아니니까 말하자면 영춘권은 취미라고 할 수 있는데,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취미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긴 합니다. 그냥 항상 하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있어서, 때 되면 밥 먹는 것처럼 때 되면 영춘권 합니다. 즐거운 게 맞긴 한데, 때로는 즐거운 거 힘든 거 상관 없이 그냥 해야 하는 거니까 당연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 역시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니 지금 제게 영춘권은 취미가 맞긴 하겠죠. 뭐랄까 시작한 지 오래된 취미는 가끔 그렇게 그냥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긴 하는 것도 같습니다.


Posted by Neissy

볼 사람들은 거의 다 본 것 같은데, 저도 보고 왔습니다.

<아이언 맨 1>부터 시작된,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기의 마무리로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계속해서 영화를 봐 온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영화이며, '기억하세요? 그때 이랬었죠' 라는 느낌도 다소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굉장히 중시되어 있으며, 임팩트 있는 액션은 그다지 없기 때문에 화려한 마무리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아쉬움을 줄 것도 같습니다. 클라이맥스는 이미 지나버린,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은퇴한 히어로들이 꽤 생기는데, 연기하는 배우 자신이 나이를 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야 사자에상 시공 (...) 같은 느낌으로 끝없이 1대가 버틸 수 있지만, 영화에서도 그러긴 어렵겠죠.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어쨌든 꽤 깔끔하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모 히어로의 경우엔, 그에게 있어선 어떤 의미에서 최고의 해피 엔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축제가 끝나 버린 기분이지만, 그래도 또 다음 축제가 시작될 테니까 괜찮습니다. 글쎄요, 일단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나 기다려 볼까 싶네요.

Posted by Neissy
표지는 영춘권의 맨손 투로 중 가장 마지막 투로로, 영춘권을 배운다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는 없는 투로입니다. 이것까지 배운 상대를 소념두와 심교만 배운 사람이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고.. 이번 이야기는 그냥 잡담입니다.

생각보다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저도 표지를 배웠습니다. 생소한 동작들이 많고, 요구되는 차원이 또 달라져서 이래저래 쉽지 않습니다만.. 뭐 계속 다듬어가야죠. 사실 배웠고 투로를 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 그걸 대련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더 배우고 연습해야만 하긴 합니다.

다만, 그건 그렇습니다만.. 표지를 배우고 나니 좀 재미있더라고요. 뭐가 재미있느냐 하면, 여태까진 표지를 배운 사람을 상대할 때 대략 감각적으로 '이 사람 상대하기 진짜 빡세다'고 느꼈다면, 배우고 나서는 '아, 저 동작을 그렇게 쓰는구나!' 하고 좀 보인달까요. 상대가 본격적으로 표지를 써 오진 않더라도, 움직임 자체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 이제 보이더군요. 그래서, 표지에 익숙해진 사람의 반응이 나와 어떻게 다른지도 조금 알 것 같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렇게 반응하긴 어렵긴 하지만, 그런 것들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저로선 놀라운 변화입니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지요.

표지를 배울 날이 올까 싶었는데, 어느새 그걸 배우고 혼자 연습할 수 있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꾸준히 연습해서 잘 쓸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실력이 또 한 차원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는 요즘입니다.
Posted by Neissy